성수가 '숏폼'이라면 북촌은 '롱폼'…한옥 사이사이가 쇼핑 성지로 [장서우의 하입:hype]

장서우 2026. 5.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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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철학 담은 플래그십 속속
'북촌 only' 한정판, 체험형 공간도


북촌이 성수동을 잇는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패션·뷰티·리빙 브랜드들이 앞다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북촌 전체가 거대한 쇼룸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수동이 트렌드에 밝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다면, 북촌은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롱폼’(긴 동영상)같은 공간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한옥 가득한 곳에 팝마트까지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북촌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인 안국역 2번 출구 인근에 다음 달 중 팝마트 매장이 문을 연다. 팝마트는 중국 기반의 글로벌 토이 브랜드다. 자체 제작한 캐릭터 라부부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중국 최대 완구업체에 등극했다.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라부부 인형은 1억개를 웃돌았다.


패션 브랜드들은 팝마트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들어서만 MLB, 세터(SATUR), 말본 등이 북촌에 특화 매장을 앞다퉈 열었다. 2024년 8월 아디다스를 시작으로 작년 한 해에만 뉴발란스, 베리시 등 주요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지어 북촌에 들어섰다. 닥터마틴, 살로몬, 앤더슨벨, 쿠에렌, 닥터마틴 등의 단독 매장도 인근에 있다.

뷰티 브랜드들도 하나둘 진입하는 추세다. 헤어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지난달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2021년부터 북촌에 ‘설화수의 집’을 운영해 온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이 공간에서 웰니스 캠페인 ‘윤빛산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이솝, 논픽션, 탬버린즈, 헤트라스, 킨포크 등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컨셉형 매장이 한옥 사이사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체험형 쇼룸을 낸 곳도 북촌이었다. 작년 7월에 문을 연 이곳은 오늘의집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입점 브랜드들이 팝업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라이프스타일 솔루션 기업 앳홈의 가전 브랜드 ‘미닉스’(Minix)가 음식물처리기, 무선 청소기, 미니 건조기 등을 한데 모은 ‘집안일 해결소’ 팝업을 진행 중이다.

 브랜드 세계관 속으로 ‘풍덩’

북촌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달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디자인되고 있다. 서울의 정체성이 집약된 공간으로, 목적형 소비보다는 체류형 소비가 일어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건물 외관부터 기와지붕과 원목 기둥을 활용해 한옥마을의 감성을 담는다. 매장 앞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고객을 오랜 시간 잡아둔다.

북촌에서만 가능한 ‘북촌 익스클루시브’도 이들 매장의 공통점이다. 아디다스 북촌 헤리티지는 서울을 상징하는 프린팅이 담긴 티셔츠를 판매한다. 신발이나 옷을 비즈나 레이스, 패치 등으로 꾸밀 수 있는 커스텀 존도 있다. MLB 북촌 스타디움도 한글 자수 레터링이 박한 볼캡과 전통적인 무드의 그래픽이 담긴 티셔츠를 판매한다. 노리개나 전통 매듭을 활용해 모자나 신발을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말본은 전통 갓을 모티브로 한 골프공 파우치, 한복 인형 키링 등 한국 감성을 담은 소품을 마련했다.


뉴발란스의 ‘북촌 런 허브’는 브랜드 생태계를 커뮤니티로 확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러닝화와 러닝복을 빌려주고 인근 러닝 코스까지 안내해준다. 아로마티카 북촌에선 두피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아로마테라피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경복궁, 한옥마을, 삼청동, 인사동 등 관광 명소와 인접한 북촌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관광객 증가세와 맞물려 성수나 명동, 강남 못지않은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북촌 지역 공실률은 1.9%로, 1년 전 4.4% 대비 하락했다.

취향의 개인화, 세분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상권별 특색도 강화하는 흐름이다. 어느 한 곳이 뜨면 다른 곳이 진다기보단, 각 지역 고유의 분위기에 따라 ‘취향 소비’가 가능하도록 상권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가 트렌드’보다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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