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57만원 줘놓고…"우리 좋았잖아" 식당 사장의 최후 [직장인 고충백서]
보상은 57만원이 전부…3년뒤 소송
퇴직금 등 "1억5000만원 달라" 주장
사장은 "와서 수다만 떨었다" 근로 부인
법원 "녹취, 카톡 보면 근무 인정돼"
전문가 "근무 카톡 등 증거 확보 가장 중요"

이웃 사이의 '호의'로 시작된 음식점 조력이라도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가 제공됐다면 법적 근로자로 인정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실제 근로 사실이 입증된다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A씨가 이웃사촌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친분으로 시작된 4년, 보상은 57만원
원고 A씨와 피고 B씨는 자녀들의 학부모로 만나 알고 지내던 가까운 이웃 주민이었다. B씨가 2018년 6월 서울 은평구에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이웃에서 근로 관계로 변하기 시작했다.
A씨는 식당 개업 준비 단계부터 발을 벗고 나섰다. 본인 계좌로 식재료인 옥수수를 구매하고 떡볶이 양념값을 치르는 등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2019년에는 지역 축제에 식당 이름으로 참가해 메뉴와 드레스코드를 기획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B씨가 2020년 식당을 옮겨 음식점을 운영할 때도 A씨의 도움은 계속됐다. 이후 2021년 7월 B씨가 "그만 나오라"고 통보하면서 둘의 '근로' 관계는 종료됐다.
하지만 A씨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받은 돈은 단돈 57만원이 전부였다.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3년여가 지난 2024년 6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고 A씨는 자신이 해당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일했다며 체불임금 1억3200만원, 퇴직금 1100만원, 해고예고수당 366만원, 위자료 400만원 등 총 1억5000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B씨는 "(A씨가) 자주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수다를 했을 뿐 근로를 제공한 바 없다"고 맞섰다.

◆통화에서 "잘되면 주려고 했다" 변명...근로관계 '결정적 증거'
법원은 비록 서면 계약서는 없지만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제출한 통화 녹취록과 과거 카톡 등이 주된 증거가 됐다. 먼저 B씨의 동생이 카카오톡으로 재료 재고 확인을 부탁하고, A씨가 주문 현황을 보고하거나 손님이 찾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식당에서 일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대화가 오간 점"이 핵심 증거가 됐다.
특히 고용노동청 진정 이후 A씨가 B씨와 통화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했는데 왜 임금을 주지 않느냐" "도대체 내가 3, 4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무슨 뻘짓을 했냐"고 따져 묻자 B씨가 "(언니가)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성공하면 잘해주려고 했다" "우리 그때 좋았잖아"라며 대체적으로 근로 사실을 수긍한 것도 근로관계 존재의 증거가 됐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도 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B씨는 카톡 증거 등에 대해서는 "같이 있었는데 서로 카톡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고 변명했지만 재판부는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상황이더라도 음식점 내에 손님이 있는 경우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A씨가 주장한 하루 14시간은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통상 근로시간인 8시간만 인정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한 임금 6648만원과 퇴직금 574만원을 합친 722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고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해고예고수당과 위자료 청구는 기각됐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자영업 분야에서는 ‘가족처럼 도와준다’, ‘잠깐 봐준다’는 식으로 근무와 호의 간 '공사 구분'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 지시와 근태 관리, 반복적 노무 제공이 있었다면 법원은 근로관계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증명할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 업무 기록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권리 구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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