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 250주년 특집⑥_사우전드 아일랜드] 단순 관광지 넘어 미국식 ‘성공신화’ 간직한 현장
미국 ‘호텔 재벌’ 조지 볼트의 아련한 사랑이야기 간직한 공간도 있어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헬만스 마요네즈 등 탄생지로도 유명세
(시사저널=최하경 KHS한국전통문화진흥원 원장)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해다.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지금의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미국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 미국의 건국정신이 살아있는 '마운트 버넌'에서부터 서부 개척시대의 성공을 이끈 '뉴욕 이리 운하', 미국 기부문화의 효시 격인 '록펠러센터', 미국인들의 자연 경외사상을 상징하는 '나이아가라 폭포' 등 비밀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사저널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놓은 초석 위에 쌓아 올려진 미국의 성공 스토리와 역사의 이면을 10회에 걸쳐 촘촘하게 복기해 본다. [편집자 주]

미국 뉴욕주 북부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 사이를 잇는 다리를 건너다보면, 1800개 섬들이 펼쳐진 환상적인 파노라마 뷰를 접하게 된다. '천섬'으로도 불리는 사우전드 아일랜드(Thousand Islands) 얘기다.
이 섬은 1870년대 철도가 놓이면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 했다. 현재는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여름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하트섬(Heart Island)에 지어진 볼트성(Boldt Castle)이 대표적이다. 중세 유럽풍의 화려한 성과 정원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미국 자산가들의 휴양지로 인기
인근 다크섬(Dark Island)에는 미싱 회사 싱어(Singer)의 사장이었던 프레데릭 본이 세운 싱어성(Singer Castle)이 위치해 있다. 볼트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비밀 통로와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진짜 성'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천섬은 단순히 풍경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산업 혁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미국의 자산가들인 엔드류 카네기와 데이비드 록펠러, 코넬리우스 벤더빌트, 조지 볼트 등이 도시를 떠나 휴양을 즐긴 은신처 역할도 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의 전성기(도금 시대)가 남긴 화려한 건축 유산을 볼 수 있는 좋은 현장인 것이다
천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결정적인 계기는 조지 볼트(George Boldt)의 이야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경영하면서 엄청난 부를 쌓았다. 이후 사랑하는 아내 루이스를 위해 하트 모양의 섬(Heart Island)을 사고, 그녀에게 선물할 거대한 6층짜리 성을 짓기 시작했다.
300명의 인력을 동원해 4년간 공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완공을 1년 앞둔 1904년, 아내 루이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비보를 접한 볼트는 즉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고, 그 후 단 한 번도 그 섬을 찾지 않았다. 그렇게 그 성은 70여 년간 방치돼 폐허처럼 남았다. 이후 천섬대교 관리국이 섬을 인수한 뒤 볼트성을 복원했다. 이 미완의 사랑 이야기가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뉴욕 거물 윌리엄 윌도프 애스터와 인연 주목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간직한 조지 볼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펜실바니아의 한 시골에서 베푼 조지 볼트의 작은 친절이 오늘의 조지 볼트를 탄생 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호텔 업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친절이 불러온 기적' 같은 이야기다.
에피소드의 실제 배경은 필라델피아의 작은 호텔인 벨뷰(Bellevue)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노부부가 호텔에 들어와 방을 찾았지만 모든 객실이 꽉 찬 상태였다. 당시 지배인이었던 조지 볼트는 실망해 돌아서는 노부부를 불러 세우면서 말했다.
"어르신들, 이런 날씨에 밖으로 나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비록 정식 객실은 아니지만, 제가 사용하는 방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편히 쉬십시오."
노부부는 볼트의 세심한 서비스와 배려에 감동하며 떠났다. 그 노신사가 바로 당대 최고의 부호이자 뉴욕의 거물이었던 윌리엄 월도프 애스터(William Waldorf Astor)였다. 애스터는 호텔을 나서면서 "당신 같은 사람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호텔을 경영할 자격이 있다. 언젠가 당신을 위해 호텔을 지어주겠다"고 말했다.
몇 년 후, 이 청년에게 의문의 초청장과 함께 왕복 항공권이 배달됐다. 초청인은 바로 그날 밤의 노신사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윌리엄 월도프 애스터는 "당신처럼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가 경영해야 할 세계 최고의 호텔을 뉴욕에 지었다"면서 조지 볼트를 총지배인으로 초빙했다.

오늘날 미국을 만든 저력 일깨워
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현대 호텔 서비스의 전설이자,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초대 경영자인 조지 볼트다. 볼트가 방을 내준 것은 그가 부자인 줄 알아서가 아니었다. 곤경에 처한 노인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였던 것이다.
독일 이민자 출신의 무명 지배인이 자신의 실력과 인품만으로 당대 최고 부호의 파트너가 된 과정은 건국 250주년을 맞는 미국의 역동성과 미국식 성공신화를 보여준다. 우리가 천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도금시대의 화려한 금칠이 아니라, 이름 없는 지배인 시절 보여준 '무조건적인 친절'과 성공의 정점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의리'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미국을 만든 진정한 저력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천섬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는 또 있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Thousand Island Dressing)은 우리도 잘 아는 샐러드 소스다. 그 유래가 천섬으로, 조지 볼트의 요리사가 이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곳의 '자비콘섬(Zavikon Island)'에는 두 개의 섬을 잇는 아주 작은 다리가 있다. 큰 섬은 캐나다, 작은 섬은 미국 땅으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국제 다리'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가 됐다. 우리가 잘 아는 마요네즈 브랜드 헬만스(Hellmann's)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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