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검사장 “음식물 제공? 박상용 징계사유, 검사들 멘붕”
“음식 제공은 인지상정”
“검사만 먹는 게 인권침해 아닌가 ”
‘대장동 항소 포기’를 비판했다가 작년 말 검찰 인사에서 좌천성 강등을 당한 정유미 검사장이 최근 대검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한 것을 두고 “징계 사유를 접한 검사들이 멘붕”이라고 했다.
15일 조선일보 유튜브 ‘판읽기’에 출연한 정 검사장은 박 검사의 징계 사유로 거론된 ‘음식물 제공’에 대해 “피조사자들에게 음식을 건네 보지 않은 검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청에 올 때 긴장하고 오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손수 커피도 타 주고 과자도 까서 드시라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실제 정 검사장이 최근 검찰 내부망에 대검이 밝힌 박상용 검사의 징계 사유를 비판하며 올린 글에는 여러 검사들의 댓글이 달렸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저도 피의자에게 커피도 타주고 빵도 주고 짜장면도 시켜주고 컵라면 물도 받아준 적 있다”며 “그 ‘라포 형성’이라는 것을 해보려고 그런 적도 있고, 키 150㎝의 15세 피의자가 불쌍해서 그런 적도 있다”고 했다.
안미현 천안지청 검사는 “저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요구하고, 쿠크다스, 믹스커피와는 비교도 안 되는 탕수육을 제공하였다”며 “이 자리를 빌어 탕수육을 먹고도 부인한 피의자에게 자백을 하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다”고 했다.
박철완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단장은 “아주 옛날에 구속 피의자를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부양 아이가 홀로 집에 있다는 사실을 듣고 계장님을 통해 소정의 돈을 보낸 적도 있었다”며 “그 피의자가 저를 진술 회유로 문제 삼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몸서리가 처진다”고 썼다.
정 검사장은 수감자에 대한 음식 제공이 문제되는 경우에 대해 “검사가 교도관의 눈을 피해서 줬거나 아니면 검사 몰래 수감자가 외부 음식을 먹은 경우뿐”이라며 “후자의 경우에는 검사가 아니고 교도관 책임”이라고 했다.
◇“검사가 자백 권유하는 건 당연..판단은 변호인 몫”
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안미현 검사가 ‘사비로 탕수육을 시켜줬다’며 음식물 제공과 자백 유도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은 건 검찰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증명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피조사자에게 음식을 주는 게 인권침해적인 행동이라고 하신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사들이 짜장면 시켜 먹으면서 그 앞에 피의자가 있어도 주지 말아야 하나”라며 “인권 침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검이 박 검사의 징계 사유로 든 ‘자백 강요’에 대해서도 “검사가 자백을 권유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다. 박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에게 “이재명 씨가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자백이 있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선 “검사가 변호사에게 자기 패를 보여주면서 ‘자백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얘기하는 게 낫나, 아니면 입 다물고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는 게 낫나”라고 했다.
정 검사장은 “검사가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자백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얘기하면 변호사가 그걸 듣고 판단해 의뢰인에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검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했던 ‘연어 술파티’가 박 검사의 징계사유에 빠진 것을 두고 “몇 달 동안 세금을 써서 국정조사를 하고 남는 게 뭐가 있나”며 “자기 일 열심히 했던 검사를 그렇게 실체없는 의혹으로 들들 볶았으면 이제 사과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총장대행에 쓴소리했지만 실망감만 돌아와
그는 최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전고검을 방문했을 때 면전에서 쓴소리를 한 일화도 공개했다. 정 검사장은 구 대행에게 국무회의 참석으로 인한 정치적 중립성 훼손, 탄압받는 검찰 구성원에 대한 방치, 검찰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의 비전 부재, 원칙 없는 인사 등 네 가지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구 대행은 “잘 듣겠다. 지켜봐 달라”고 답했지만 이후 박상용 검사 징계 건이 터지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정 검사장은 검사에 대한 압박과 특검법 추진의 최종 목적이 권력자 사건의 ‘공소 취소’에 맞춰져 있다는 데 동의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권력이 원칙을 무너뜨리기 시작하면 국가 시스템이 붕괴하고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정 검사장이 강등 인사에 반발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은 오는 28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유튜브 ‘판읽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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