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86] 당구에서 왜 '마세' ‘맛세이’라고 말할까

김학수 2026. 5. 1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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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서 흔히 "마세", "맛세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에서는 외래어 끝음을 길게 늘이거나 모음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구장 구어체에서 그것이 한국식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당구장에서 말하는 찍어치기는 큐를 비교적 세워 공의 윗부분을 강하게 눌러 치며 순간적인 회전과 급격한 궤도 변화를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한국 당구장에서 맛세이는 더 이상 순수한 프랑스식 기술 명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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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PBA) 전설 다니엘 산체스 경기 모습 [PBA 제공]
당구장에서 흔히 “마세”, “맛세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큐를 수직으로 세워 공을 ‘찍어치기’를 할 때 쓰는 말이다. 이는 프랑스어 ‘masse’에서 온 표현이다. 원래 이 말은 큐를 세워 강한 회전을 주며 공을 휘게 보내는 고난도 기술을 뜻한다. 유럽 캐롬 당구에서 발전한 기술로, 장애구를 피해 곡선을 만들거나 극단적인 회전을 구현할 때 사용된다. 즉 본래의 마세는 “휘어가는 공”이 핵심이다.

원래 발음은 프랑스어로 “마쎄”에 가깝다. 이 말이 동아시아로 들어오면서 발음이 조금씩 변했다. 특히 일본 당구계에서 프랑스어를 일본식으로 음차해 ‘マッセ (맛세)’처럼 불렀고, 한국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 일본식 당구 용어가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처럼 불리게 됐다.

여기서 "맛세이"라는 표현은 일본식 발음 습관의 흔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일본어에서는 외래어 끝음을 길게 늘이거나 모음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구장 구어체에서 그것이 한국식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어와 가장 가까운 표현은 “마세”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세대를 따라 “맛세”, “맛세이”가 혼용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찍어치기와 거의 같은 의미처럼 사용되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두 단어는 다르다. 이 흥미로운 언어 습관에는 한국 당구 문화의 역사와 감각적인 표현 방식이 함께 녹아 있다.

한국 당구장에서 말하는 찍어치기는 큐를 비교적 세워 공의 윗부분을 강하게 눌러 치며 순간적인 회전과 급격한 궤도 변화를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술적으로는 스쿠프(scoop)나 점프성 타법과 섞여 설명되는 경우도 많고, 정식 경기 규정에서는 반칙 여부와 연결되기도 한다. 즉 찍어치기는 공을 ‘찍듯이’ 타격하는 동작감 자체에 초점이 있다.

그런데 실제 동호인 문화에서는 이 둘의 경계가 오래전부터 흐려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두 기술 모두 큐를 세워 치고, 강한 회전을 만들며, 일반적인 스트로크와 다른 ‘묘기성’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당구 초창기 한국에서는 전문 용어 체계가 지금처럼 정리되지 않았고, 일본식·프랑스식·구어체 표현이 뒤섞여 전파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회전 기술 전반을 통칭해 “마세”라고 부르는 습관이 퍼진 것이다.

특히 한국 당구 문화에는 기술 이름을 감각적으로 단순화하는 특징이 있다. 끌어치기, 밀어치기, 비껴치기처럼 동작 느낌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마세는 외래어 특유의 ‘고수 기술’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 과장된 회전이나 찍는 동작만 나와도 “와, 마세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실제 기술 정의보다 분위기와 체감이 우선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이 한국만의 독특한 당구 언어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통 캐롬 이론에서는 마세와 찍어치기를 엄격히 구분하지만, 동호인들의 언어 속에서는 이미 ‘강한 회전의 특수 타법’이라는 공통 이미지로 합쳐져 버렸다. 언어는 늘 현장에서 변한다. 당구 용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당구장에서 맛세이는 더 이상 순수한 프랑스식 기술 명칭만이 아니다. 그것은 어려운 회전 기술, 고수의 감각, 그리고 약간의 허세까지 포함한 당구장의 살아 있는 은어가 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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