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취약한 장애인, 주변 관심이 막을 수 있죠"[당신 옆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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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 사회의 누군가는 그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착각합니다. 그 비뚤어진 인식이 성폭력과 경제적 착취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죠."
16일 임명희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의 목소리엔 단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장애인들의 수사·법적 지원부터 의료, 심리, 복지 지원까지 도맡는 든든한 울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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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임명희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2026.05.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newsis/20260516063154712jzxe.jpg)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 사회의 누군가는 그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착각합니다. 그 비뚤어진 인식이 성폭력과 경제적 착취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죠."
16일 임명희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의 목소리엔 단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장애인들의 수사·법적 지원부터 의료, 심리, 복지 지원까지 도맡는 든든한 울타리다.
과거 장애인복지관 치료사로 근무하며 장애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해온 임 소장은, 이제 상담소의 키를 잡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는 피해자들의 손을 맞잡고 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도 상담 실적을 보면 전체 상담 건수는 총 7634건이다. 상담소를 찾는 피해자의 70~80%는 지적 장애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타인의 호의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가해자의 회유에 쉽게 노출된다. 임 소장은 "지적 장애인의 경우 시간이나 계절 개념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상담 기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가 여름인지 물으면 모른다 대신 '그때 반팔을 입었나요?', '땀이 났나요?'라고 물어야 한다. 돈의 개념이 없어 '초록색 종이(만원 권)를 받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며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피해 상황을 디테일하게 캐치해 법적 효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채팅 앱을 통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장애인의 외로움을 이용해 연인 관계인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하며 성폭력은 물론, 핸드폰 개통이나 대출 등 경제적 착취까지 일삼는다. 임 소장은 "피해자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게 만들어 신고조차 못 하게 하는 경우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색동원 사건'에 대해서도 임 소장은 뼈아픈 진단을 내놓았다. 시설이라는 폐쇄된 공간과 무연고자라는 취약성이 악용된 전형적인 인권 유린 사태라는 것이다.
임 소장은 직접 시설 점검에 나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과거에는 점검을 나가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지만, 사건 이후 조금은 호의적으로 변했다"며 "폐쇄적인 시설에 대한 지속적이고 불시적인 점검이 반드시 정례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장애인 전문 쉼터 확충'을 꼽았다. 현재 서울에만 4곳의 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운영 중이지만, 정작 피해자가 머물 수 있는 전용 쉼터는 서울과 경기 지역을 통틀어 단 한 곳도 없다. 비장애인 쉼터는 장애인들이 적응하기 어려워 중도 퇴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지만 상담소만 있고 갈 곳(쉼터)이 없는 구조는 반쪽짜리 지원에 불과하다"며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담소를 운영하며 마주하는 벽은 외부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가족이 벽이 되기도 한다. "피해자를 쉼터로 보내 보호하려 해도, 수급비(장애수당)가 줄어들 것을 걱정해 입소를 거부하는 부모들이 있다"며 "장애 자녀를 인격체가 아닌 경제적 도구로 보는 현실"이라고 했다.
임 소장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기도 하지만, 자기 결정권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이라며 "이들을 이용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성폭력 예방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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