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침대 광고에 침대 없는 역발상... 흔들림 없는 ‘업계 1위’의 비결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상점. 젊은 남자가 물건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지만 이내 주인 부부가 서로 언성을 높여 싸우기 시작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남자는 당황하거나 계산을 재촉하지 않고 휴대폰을 하며 조용히 상황이 진정되길 기다린다. 이내 화면 위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AI 안 쓴 광고로 누적 5000만회
가구 업체 시몬스가 최근 대표 슬로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재해석한 새 광고를 공개했다. 신규 브랜드 캠페인 ‘라이프 이즈 컴포트(LIFE IS COMFORT)’의 일환으로 유튜브에 총 5편의 영상을 선보였다.
1995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내세운 첫 광고는 볼링핀이 놓인 침대에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능성을 내세운 것이다. 반면 올해 신규 광고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예컨대 계산대 너머 주인 부부 다툼을 무심히 넘기거나, 아수라장이 된 식당에서도 태연함을 잃지 않는 식이다.
이들 영상 중 침대가 등장하는 장면은 ‘스트리트’ 편뿐이다. 그마저도 거리가 엉망진창인 가운데 이삿짐 트럭 짐칸 위 매트리스에 평온하게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을 잠시 보여줄 뿐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침대가 주는 편안함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가짐까지 살피겠다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배제하고 100% 아날로그 촬영 기법으로 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AI 영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흐름을 거스르는 역발상을 택한 것이다. 배경음악(BGM)도 넣지 않았다. 대신 자동차 경적음 같은 일상 속 소리만을 활용했다.
이 광고들의 유튜브 총 조회 수는 게시 보름 만에 5000만회를 넘어섰다. ‘무슨 광고인지 모르겠다’는 혹평도 있지만, ‘신선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영상에는 ‘무슨 광고인가 했더니 시몬스였네’ ‘편한 영상 한 편 본 느낌, AI로는 이런 느낌 안 나온다’ ‘편안함에 대한 새로운 표현’ 같은 댓글이 달렸다.
◇침대 없는 광고로 침대 1위 올라
시몬스가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만든 건 2019년부터다. 침대가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고 수영장, 해변, 숲 등을 배경으로 한 화면만 이어지는 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2022년엔 이른바 ‘멍 때리기’를 주제로 한 영상을 선보였다. 공이 굴러가거나 물이 흘러나오고,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단조로운 영상이다.

팝업스토어를 열 때도 침대 전시를 과감히 생략했다. 2020년 서울 성수동에선 철물점 콘셉트, 2022년 서울 청담동에선 정육점·식료품점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삼겹살처럼 생긴 수세미, 우유 상자에 포장된 쌀 등 특이한 잡화를 팔았다.
이런 마케팅은 비교적 긴 침대 구매 주기와 연관이 있다. 한번 사면 10년은 쓰는 침대 특성상, 제품 자체보다는 ‘시몬스=편안함’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시몬스 안정호 대표는 2022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쯤은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아올 일이 없잖아요. 시몬스라는 이름을 계속 매력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침대가 다시 필요해질 때 ‘아, 시몬스가 있지’라고 생각할 거라고 봤어요.”
젊은 층에 ‘고루하지 않은 감각적인 브랜드’라는 인식도 더할 수 있다. 실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시몬스는 2023년 처음으로 에이스침대를 제치고 매출 기준 침대 시장 1위에 올랐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침대 전문 업계 1위를 수성했다. 1000만원 넘는 시몬스의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2016년 출시 이후 판매량이 연평균 10%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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