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에 실려 온 초대장 부천 꽃 여행

이현숙 여행작가 2026.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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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답사기]

봄은 도둑고양이마냥 살금살금 왔다 간다는 말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꽃눈이 흩날리고, 금세 바람결에 사라져 간다. 소리 없이 봄의 숨결을 틔워내며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쉼 없이 순환한다. 바야흐로 꽃철이다.

(이현숙 여행작가)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읽을거리 하나쯤 담은 손가방에 생수 한 병, 교통카드 한 장 달랑 들고 나서도 풍성한 꽃물결이 맞아준다. 이름도 예쁜 복사골, 꽃 도시 부천이다. 복사골은 부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말 그대로 복숭아와 인연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봄이면 복사꽃이 만발하던 부천의 그 많던 복숭아밭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옛 지명은 남아 있고 지금도 5월이면 춘덕산 복사골예술제도 열린다.
경기도 부천은 수도권 도심지에서 봄꽃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동선이다. 가까워서 더 좋은 일상 속 밀착 힐링 여행이다.

(이현숙 여행작가)

봄의 신호탄, 원미산 진달래 동산
부천의 봄은 진달래부터 시작한다. 온 산을 붉은 꽃으로 뒤덮은 원미산, 진달래가 고운 부천의 산이다. 봄의 서막이 오르고 나무에 물이 올라 진달래 가지 끝에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 진달래 동산은 온통 꽃물결이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누구나 한 번씩 읊조리게 되는 봄날이다.
꽃길을 따라 산언덕을 조금 더 오르면 부천FC 홈구장이 원형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산 아래 넓은 벚꽃 마당에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눈부신 벚꽃과 군락을 이룬 진달래의 어울림이 더할 나위 없다. 담벼락엔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곳곳에 목련도 폭죽 터지듯 봉우리가 열렸다. 꽃그늘 아래 앉아 꽃 멀미로 행복한 날이다. 진달래동산 입구에 부천활박물관이 있고, 주변에 아담한 사찰 석왕사가 자리 잡고 있어 초파일쯤 들러볼 만하다.

(이현숙 여행작가)

도당동 벚꽃동산 길을 따라 화려한 산책
도당산은 106m의 나지막한 산이다. 봄볕이 무르익는 4월 초반부터 도당산을 뒤덮는 벚꽃 물결로 세상은 온통 새하얗다. 벚꽃길 옆 야외무대에선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가 열리고, 2㎞ 남짓 터널을 이룬 벚꽃길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들어준다. 언덕길 끄트머리까지 오르면 도당 벚꽃동산에 다다른다. 하늘은 푸르고 흐드러진 눈꽃들이 반짝이며 흩날린다. 바람의 언덕에 부는 꽃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휴식을 마음껏 누린다.
벚꽃동산 정상에는 천문과학관이 있어 전시실, 천체관측실, 천문 장비들을 두루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측 망원경도 10개나 갖추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한 시간이 된다. 벚꽃동산 입구에 도당제 1호공영주차장이 있다.

(이현숙 여행작가)

여기가 무릉도원, 부천자연생태공원의 튤립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네덜란드의 튤립이 가득한 들판’이라는 그림에선 풍차가 함께한다. 벚꽃 엔딩과 맞물려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부천자연생태공원의 튤립은 무릉도원수목원 안에서 화려하다. 수목원에서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갖가지 수종의 나무와 꽃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봄날의 튤립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은 단연 으뜸이다. 갖가지 색감의 튤립이 가득 피어난 뜰을 배경으로, 농경유물전시관의 초가집은 옛 농경 생활의 이해를 돕고 장독과 텃밭 등으로 전통가옥의 멋을 보여준다. 또한 부천시의 상징인 복사꽃 모양을 형상화한 유리온실의 부천식물원 등 5개의 테마관도 볼거리가 많다. 풍성한 풍경 속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마음껏 봄날 하루 머물 만하다. 튤립은 4월 중순부터 5월을 넘겨 한 달 남짓 볼 수 있다.

(이현숙 여행작가)

튤립꽃밭을 지나 연못과 폭포를 통과해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낮은 언덕의 암석원에는 돌 틈 사이로 고산식물이 자라고, 발걸음마다 꽃길이다. 걷다 보면 풍차 정원을 만나고, 맑은 하늘호수와 명상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힐링 산책이 시작되고, 개울의 물소리가 청량하다. 곳곳의 정자와 벤치에서 쉬는 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속세와 동떨어진 무릉도원인 듯 평온하다. 새하얀 싸리꽃·쑥부쟁이·도라지꽃이 다정한 추억을 소환하고, 개울가 붓꽃과 꽃창포가 예쁘다. 수도권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에서 접근성이 좋다.

(이현숙 여행작가)

장미꽃 세상으로, 도당 백만송이장미원
5월은 단연 장미의 계절이다. 부천의 도당 백만송이장미원은 약 2만㎡(약 6050평) 규모에 150종이 훌쩍 넘는 장미가 식재돼 있다. 단일 장미공원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품종의 다양성도 한몫한다. 올해는 5월 23일부터 6월 첫 주까지 장미축제 기간이다. 개화 상태가 절정인 무렵이면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서 겹겹이 핀 장미의 계절을 즐기러 찾아드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현숙 여행작가)

장미원 안에는 유럽의 이국적인 정원 분위기도 있고, 장미 덩굴 터널엔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경사진 언덕 위로 올라가면 장미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꽃 천지의 황홀한 시간이다. 야간에는 수백 개의 조명등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짙은 장미 향과 함께 아름다운 봄날의 감성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참고로 이제는 가을철에도 개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 또 다른 계절감을 가진 가을 장미 관람도 가능하다. 백만송이장미원은 도당 벚꽃동산과 같은 산자락으로 이어져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길을 따라 걸어가 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주차장이 매우 협소해서 주중 방문을 추천한다.

(이현숙 여행작가)

꽃 도시의 여름꽃 군락, 도당하늘숲 수국동산
백만송이장미원의 꽃이 한창일 무렵, 바로 옆 숲길 아래 수국이 소담스레 피어나기 시작한다. 부천시는 꽃 도시를 위한 테마 공원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6~7월에는 수국이 피어나는 힐링 공원을 새롭게 조성했다. 마침 숲을 배경으로 한 수국 공원이어서 한층 자연스럽다. 도당하늘숲 수국동산 입구에 ‘수국의 속삭임’이라는 푯말과 함께 시원하게 분수가 뿌려진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계절 꽃 수국 명소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수국동산을 벗어나 부근의 삼정동 방향으로 나가면, 쓰레기 소각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멋지게 변신한 부천아트벙커B39 문화 산책은 덤이다.

(이현숙 여행작가)

기품 있는 능소화 터널, 부천중앙공원
부천시청역 뒤편에 자리 잡은 부천중앙공원은 모든 시민의 힐링 쉼터다. 공원에 주차장이 있어 주차의 어려움은 없다. 주변에 한국만화박물관과 부천한옥체험마을이 있어 간 김에 들러도 좋다. 7월 초순쯤 여름이 시작되면 공원의 능소화 터널은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명소다.

(이현숙 여행작가)

그 옛날 구중궁궐 속에서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이 그리워, 오매불망 발걸음 소리 들으려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피어난 능소화. 담장 아래 묻혀 임을 기다리겠다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 그 기다림의 세월이 봄 지나 초여름 무렵이면 곱게 다시 피어난다. 능소화꽃이 질 때는 품위 있게 송이째 떨어져, 옛 선비들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 양반꽃이라고도 불렀다. 한때는 저 아랫녘 옛 사대부 문중 고택 담장의 능소화를 만나러 떠나기도 했다.
봄이 우리 곁으로 왔는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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