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신논단] 리즈 시절

유영근 변호사(법무법인 우승)·전 남양주지원장 2026. 5. 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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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전성기를 뜻하는 말로 멋스럽게 쓰이는 '리즈 시절'은 사실 우리나라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말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자기 이름을 알아보고 반기는 것에 놀라고, 자신 때문에 리즈 시절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을 신기해하면서 "팬들이 이렇게 모인 걸 보니 그저 놀랍네요. 박지성이 남긴 유산은 오랫동안 이어질 거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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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권위는 무너지고
의무는 과중한 시점
사회적 책무 다했다고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진정한 ‘리즈’ 시절 되길

누군가의 전성기를 뜻하는 말로 멋스럽게 쓰이는 '리즈 시절'은 사실 우리나라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말이다. 마치 영어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말은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까지 알려져 2026년 1월 BBC방송에도 나왔다. 한국에서 'Leeds Days'란 말은 리즈 유나이티드 출신 앨런 스미스(Alan Smith)라는 축구선수의 이적에서 유래된 말인데 5,200만 명의 한국인들에게 '지나간 좋은 시절'을 뜻하는 일상적인 표현이 되었다고 소개되었다.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국내에 프리미어리그 축구 팬이 많이 생겼다. 그 시절 박지성의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는 2004년 리즈에서 이적해 온 후 맨유 팬들의 기대 만큼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 때 축구 전문 인터넷 싸이트에서 그의 '리즈 시절'을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들이 널리 퍼지면서 과거에 활약이 대단했다는 뜻의 유행어가 되었다.

이 말은 고전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애칭 리즈(Liz)와 혼동되기도 하면서 유명인의 전성기 시절 명성이나 외모에 감탄할 때 쓰는 표현으로 확산되었고, 나중에는 사람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리즈 시절이라고 하면 최전성기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애초에 지금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차츰 단순히 좋은 시절이라는 말로도 통하게 되었다. 요즘은 시절이라는 말을 빼고 단지 '리즈'라고만 해도 최고라는 뜻으로 다들 알아듣는다.

법조를 향해 지난 몇십 년간 리즈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변호사는 최고의 자영업, 검사는 최고의 권력, 판사는 최고의 명예로 알려진 시절이 있었다. 여기서 리즈 시절은 애초의 뜻대로 '지나간 좋은 시절'을 의미하고 비아냥에 가까운 말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법률가들이 법적 권한은 누리고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는 편리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는 뜻이다.

국가는 법으로 제도를 바꿀 수 있고, 이 세상에 제도 앞에 장사(壯士)는 없다. 당연하게 여겼던 제도가 법 몇 개의 개정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급기야 변호사 업계는 정원 감축 투쟁을 해야 하고, 검찰청은 없어지고, 판사는 판결 하나하나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살기 팍팍하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위상은 단군 이래 최고라고 한다. 주가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한류문화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 법조계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권위는 무너지고 의무는 과중하다. 이것이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방향인지, 제도를 다시 바꿔야 하는 것 아닌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있다.

2026년 4월에 앨런 스미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팀으로 친선경기를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인들이 자기 이름을 알아보고 반기는 것에 놀라고, 자신 때문에 리즈 시절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을 신기해하면서 "팬들이 이렇게 모인 걸 보니 그저 놀랍네요. 박지성이 남긴 유산은 오랫동안 이어질 거에요"라고 말했다.

사실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앨런 스미스 본인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표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대단한 선수였다고 기억되는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 법률가들은 예전에 그 위상이 대단했다고 기억되고 여기 머무를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현역이다. 정당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했다고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진정한 리즈 시절을 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 법조의 리즈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어도 되는가.

유영근 변호사(법무법인 우승)·전 남양주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