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58% "초기 비용 부담"…'스마트팜' 확산 막혔다
스마트팜 도입률 30% 수준…딸기 농가 신품종 도입은 10%대
보광등·자동의사결정 시스템 등 고도화 장비는 확산 제한적
KREI "재정 지원 확대하고 작물별 맞춤 정책 추진해야"

스마트팜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정부도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시설원예 농가의 현장 도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농가들이 기존 재배 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피해가 일상화하고 있지만 시설원예 농가들은 여전히 재배 관행을 바꾸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다.
폭염 일상화에도…시설원예 농가 "재배 방식 못 바꿔"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시설원예 농가의 기술 수용 의향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는 단순히 "평년보다 조금 더 덥고 비가 더 오는 수준"을 넘어 고온 장기화(폭염), 집중호우, 태풍·강풍 등 단기 충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시설·노지 농업 전반에 누적되고 있다.
원예농산물 생산은 재배업 생산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성 영향도 큰 분야다. 이에 따라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급 불안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설원예는 전체 시설 유형의 99%가 비닐하우스로 구성돼 있어 기후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내재해·내병성·내열성을 갖춘 복합형질 품종 개발, 스마트팜 확산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형질 품종은 내재해성·내병성·내열성 등 여러 특성을 동시에 갖춘 품종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과 병해충 증가, 품질 저하 위험에 대응할 수 있어 장기적인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팜은 ICT 기반 환경제어·데이터 관리 기술을 통해 온도·습도·관수·병해충 등을 정밀하게 관리함으로써 변화한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농가들은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존 재배 방식을 바꾸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시설을 운영할 숙련 인력이 부족한 점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초기 비용 부담에 스마트팜 도입 주저…농가들 "재정 지원 필요"
이 같은 상황은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시설원예 작물인 딸기·토마토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기술 수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팜을 도입했다는 응답은 30.7%, 복합형질 품종 등 신품종을 도입했다는 응답은 20.2%에 그쳤다.
토마토 농가의 경우 스마트팜 도입 비율은 37.2%, 미도입은 62.8%였고, 신품종 도입은 28.7%, 미도입은 71.3%로 조사됐다. 딸기 농가는 스마트팜 도입 22.9%, 미도입 77.1%, 신품종 도입 10.1%, 미도입 89.9%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시설·장비 도입 현황을 보면 토마토 농가는 생산·운영과 직결되는 장비인 구동기를 58.9% 도입했고, 통합 모니터링·센서도 30% 수준에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비용 장비인 보광등은 8.5%, 자동 의사결정 시스템은 7.8%에 그쳐 도입 비중이 낮았다.
딸기 농가 역시 양액·관비 시설과 구동기 등 핵심 설비는 45% 수준까지 확산됐지만, 보광등은 13.8%, 자동 의사결정 시스템은 11%에 그치는 등 고비용 장비 도입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팜 시설 도입 시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는 '기계·시설 구입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라는 응답이 5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지·관리 비용 부담 17.3%, 수량·품질 향상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11.8%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시설·장비 도입 시 필요한 우선 지원 정책으로는 보조금 지원이라는 응답이 56.3%로 가장 많았고, 저금리 융자 17.6%, 교육·컨설팅 지원 14.5% 등이 뒤를 이었다. 상당수 농가가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스마트팜·신품종 개발 실증 및 시범사업 참여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약 90%가 참여 경험이 없다고 답해 전반적인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23일까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 딸기 농가 300곳과 토마토 농가 300곳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과 전화·팩스 등을 통해 진행했으며, 최종 238개 농가가 응답했다.
작물별 맞춤형 정책 필요…"숙련 인력 확보도 시급"
연구보고서는 스마트팜 도입 확대를 위해 작물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고, 재배 난이도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고려한 신품종 개발·보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KREI 김태현 부연구위원은 "기온 상승과 극한기상 등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부문 피해가 확대되고 있지만, 원예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기술 현장 적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 실증 시범사업이 중요하다"며 "기술 확산 초기에는 주산지나 선도 농가 중심의 재배·시연을 통해 수량 감소나 소득 불안정 우려를 해소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농업 전반에서 외국인 인력 수급 불안정성이 가장 큰 경영 리스크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며 "스마트팜 고도화가 단순히 노동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운영·정비를 담당할 숙련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기술 도입 성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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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승훈 기자 yyc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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