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검의 22쪽 박상용 징계 청구서… ‘술’은 한 글자도 없었다

양은경 기자 2026. 5. 16.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징계 세부 사유 분석해보니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5·18 46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청구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서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 온 ‘연어 술파티’는 물론, 술, 술 반입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날 본지가 확보한 22쪽 분량의 징계청구서를 보면 박 검사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외부 음식물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사와의 부적절한(별건 수사 무마 등) 통화, 소환 기록 누락 등이다.

◇연어, 술 다 빠져... “기록 안 한 게 잘못”

우선 대검은 연어 술파티 의혹이 불거진 2023년 5월 17일 조사를 문제 삼았다.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은 그동안 박 검사가 이날 연어 술파티를 제공하며 진술 회유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검은 조사 당일 오후 4시 42분 쌍방울 전직 임원 박상웅씨가 수원지검 근처의 ‘노브랜드버거’에서 햄버거를 사와 조사받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이 전 부지사 등에게 준 것을 문제삼았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있어 음식을 제공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저녁 6시 24분 조사 대상자 등에게 20만 5000원어치 ‘회덮밥’을 제공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것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수용자 관련 지침에 ‘음식물 등 편의 제공은 교도관에게 고지한 후 기록해야 한다’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검찰 예산으로 제공한 외부 식사까지 적는 규정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이번 징계 대상에서 쿠크다스 등 검사실에 비치돼 있는 과자류는 빠졌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예산으로 제공한 회덮밥은 기록 안 했다고 징계 대상에 포함했으니, 쿠크다스는 기록에 남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검이 문제 삼은 외부 음식물은 총 6건이다. 2023년 6월 5일 수원지검 인근 ‘커피여원’이라는 카페에서 산 커피, 그즈음 노브랜드버거에서 산 햄버거, ‘리틀꼬마김밥’에서 산 김밥, 제과점 ‘롤링핀’에서 산 빵 등이다. 반입자는 박상웅씨 등 당시 쌍방울 임직원들이다.

◇별건으로 자백 요구? 朴 “녹취 짜깁기”

징계청구서에는 또 박 검사가 여권 유력 정치인 A씨 관련 수사를 언급한 부분도 지적됐다. 박 검사는 2023년 5월 25일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와 통화하며 (이 전 부지사가) ‘OOO(유력 정치인)을 지키려면 이거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OOO 사무실 비용을 한 달에 2000여 만원씩 김성태가 대줬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서 변호사가 “하여간 그런 건 싹 묻는다?”라고 묻자 박 검사는 “예, 예, 그런데 그 돈이 실제로 다 OOO에게 간 게 아니라 그 사무실은 선거캠프처럼 운영된 것 같다”고 했다. A씨 사건을 언급하며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을 유도했다는 게 대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본지에 “당시 해당 사건을 미루거나 없앨 지위도 아니었고, 한정된 수사 역량을 대북송금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전체 맥락을 무시한 짜깁기”라고 했다. 녹취록 자체가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뉴스1

대검은 또 당시 이 전 부지사에게 방조죄를 적용해달라는 서 변호사 요구에 박 검사가 “대안을 제시해야 되지 않겠느냐” “생짜 부인을 계속하면 10년 이상 구형할 거다”라고 하고, 서 변호사가 “하여간 방조 그 부분 정말 약속 지켜 주시고”라고 하자 “당연히 지키죠”라고 말한 부분도 징계 사유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검사가 방조범 내지 종범을 언급하며 자백을 유도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별건 언급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상 금지돼 있다”는 쪽과 “자백을 받으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쪽으로 견해가 엇갈렸다.

◇조사 기록 누락, 검사실 접견도 포함

대검은 박 검사가 조사 대상자의 도착 시각 등을 기록한 수사과정확인서를 제대로 적지 않은 부분도 징계사유로 적었다. 김성태 전 회장 등 피의자 5명을 334차례 소환 조사한 뒤 확인서 111차례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또 김성태 전 회장에게 쌍방울 임직원들을,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게 딸을 만나게 한 것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조사 절차를 협의할 때는 확인서를 남길 의무가 없다”며 “안 전 회장의 경우, 증거물을 받으려고 딸을 부른 것이지 면회를 시켜준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정성호 법무장관은 이날 검사들과 함께 광주5·18민주묘지를 찾은 자리에서 박 검사 징계 청구에 대해 “대검이 정직 2개월을 청구했는데 다툼의 여지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분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