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판례 유형화한 위자료 산정 가이드라인 있다”

박수연 기자 2026. 5.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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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손해배상연구회 세미나
대법원 손해배상연구회 세미나. 백성현 기자

최근 법관을 중심으로 '위자료 적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대법원 손해배상소송연구회(회장 박형순 부장판사)가 1992년부터 체계적인 기준을 운용해 온 영국의 사례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은 1992년경부터 법원에서 위자료 산정 기준(Judicial College Guidelines for the Assessment of General Damages in Personal Injury Cases)을 발간하고 있다.

하정훈(사법연수원 38기) 창원지법 판사는 5월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등기국 중회의실에서 손해배상소송연구회 세미나에 참석해 '영국의 위자료 산정 체계와 실무적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하 부장판사는 2025년 11월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손해배상소송연구회를 주축으로 추진 중인 위자료 산정 기준표 마련과 관련해 영국의 위자료 산정 기준표 제·개정과 운용 실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하 부장판사는 "영국의 사법연수원 격인 기관(Judicial College)은 개인 상해 사건의 위자료 기준(이하 '영국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 이는 개인이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위자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밖에 명예훼손이나 불법구금 등 특히 배심 재판이 이루어지는 영역에서의 위자료는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가이드라인은 2024년 제17판까지 업데이트하여 발간됐다.

하 부장판사는 영국 가이드라인은 정책 지침이 아니라 기존 판례의 위자료 수준을 상해 부위와 정도에 따라 유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은 고정 액수가 아닌 산정 범위를 제시하며, 법관은 그 안에서 구체적인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해 금액을 확정한다. 영국에는 'Kemp & Kemp'라는 방대한 판례 집대성 문헌이 있고, 이 문헌이 보조 자료로 활용되어 논증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하 부장판사는 영국과 한국의 위자료에 대한 접근방식에서의 차이도 언급했다. 그는 "영국에서 위자료의 공식 명칭은 'Damages for Pain, Suffering and Loss of Amenities(PSLA)'로, 피해자가 느낀 통증, 고통, 편익의 상실에 대한 배상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영국의 위자료에 대한 접근법은 실제 피해자가 느낀 고통이 얼마나 컸고, 고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를 기초로 한다. 그 결과 상해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가 느낀 고통이 크지 않았다고 보아 위자료 금액이 현저히 적게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은 영구적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하는 정도에 따라 위자료 인정금액이 상당히 적거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영국은 노동능력이 상실되지 않고 완치되는 경우에도 그 기간 동안 상당한 통증과 고통을 느꼈다고 판단되면 위자료 금액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하 부장판사는 화폐가치 변화를 반영하는 부분도 짚었다. 영국은 과거의 선례에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그 선례에서 인정한 손해배상 금액에 소매가격지수(Retail Price Index)를 반영하여 상향한 금액을 인정하고 있다. 하 부장판사는 "2000년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기존 위자료 수준이 증액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례를 변경했다. 또 2000년에 위자료 금액이 대폭 상향된 후 영국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간할 때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위자료 금액을 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인간의 고통을 세분화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에 대해 자세한 표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2000년 위자료 증액 당시 보험료 상승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법조인 등 전문가들과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학술적 연구 등을 근거로 결국 판례변경이 이루어진 점이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