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단 한 번, 피의자는 삼세번?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할 경우
피의자는 항고 후 행정소송
피해자는 재정신청이 끝
양측 권리구제 불균형 우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형사사법체계와 행정소송체계의 근본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로 피의자가 검찰청법상 항고 절차를 거친 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항고 및 재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에 '피의자'를 추가하는 것과 항고 절차를 거친 피의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피의자-피해자(고소인) 사이의 권리 구제 비대칭
그동안 피의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반면 현행법상 피해자(고소인)는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하도록 돼있다.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 제도는 변론 없이 서류 판단으로 진행되고 제한적인 요건하에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정소송은 반드시 변론을 진행해야 하고, 3심 제도를 통해 세 번 다툴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신청과 차이가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다투고자 하는 기소유예 처분과 피해자(고소인)가 다투고자 하는 '혐의 없음' 등의 처분 모두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는데도, 피의자가 받은 불기소 처분만 따로 3번 판단받을 수 있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게 하면 양쪽의 권리구제에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에서 요구하는 입증 정도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범죄 혐의 유무를 행정소송에서 판단하게 될 경우,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에서 요구하는 입증 수준 차이로 인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 수준의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소송 절차를 따르는 행정소송에서는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만큼의 높은 증명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증거 판단 기준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사건이라도 행정소송으로 다뤄질 때와 형사소송으로 다뤄질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일선 판사는 "형사소송으로 혐의 유무를 다투었을 때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안도 행정소송에서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검사가 기소한 사안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소송으로, 기소하지 않은 사안은 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으로 혐의 유무를 다투게 되는 이중적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검사의 처분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법상의 '행정청의 처분'임이 전제돼야 하지만 검사의 처분은 행정소송 대상인 '행정청의 처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성욱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의 처분은 일반적인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과는 다른 '준사법적 의사 결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불기소 처분은 준사법기관이자 수사기관으로서 독립적 지위를 가진 검사에 의해 이뤄지는 결정이기 때문에 일반 행정기관이 내린 처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선 판사 역시 "'처분'이라는 용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을 행정 '처분'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행정소송 대상인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본다면, 불기소 처분뿐 아니라 검사가 내리는 여러 가지 다른 처분도 행정소송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개정안 반대, 헌재는 찬성?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5월 6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헌법소원은 단심으로 종결되는 점 △사전 심사를 통해 각하하는 절차가 있는 점 △변론 없이 진행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행정소송으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다툴 경우 분쟁이 3심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법원의 심판 부담이 막대하고, 사법 자원의 낭비 우려가 크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현행법상 피의자가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여 혐의를 벗을 수 있는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길밖에 없어 헌법재판소의 심판 업무 적체를 유발하고 헌법재판소 사건 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사의 불기소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중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접수 건수가 매년 2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2015년 162건, 2016년 228건, 2017년 263건, 2018년 254건, 2019년 259건, 2020년 294건, 2021년 310건, 2022년 238건, 2023년 209건, 2024년 233건, 2025년 196건이다. 이는 전체 헌법소원 사건의 6~12%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민아 기자 hma@lawtimes.co.kr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