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D-6, 하루 손실 1조원… 긴급조정권 쥐고도 속 끓이는 이유는

강지수 2026. 5. 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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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엿새 남기고도 대화를 재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사관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애가 타고 있다.

주주나 경영계에선 쟁의행위(파업)를 일시 중단시키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가 거세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노동부 장관이 강제로 파업을 30일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당시에는 파업 시작 3일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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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노사 여전히 대화 기미 없어
긴급조정권 두고 노동계 "반헌법"
'친노동 정부 첫 장관' 정체성 타격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엿새 남기고도 대화를 재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사관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애가 타고 있다. 주주나 경영계에선 쟁의행위(파업)를 일시 중단시키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키를 쥔 노동부 장관의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가 노사 관계에 강제 개입했을 때 따르는 노정 갈등 위험성이 큰 데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시작돼야 행사할 수 있어 사후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사가 15일에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지 못하면서 정부를 향한 긴급조정권 검토 압박은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노동부 장관이 강제로 파업을 30일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파업이 중단된 기간 동안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에 착수한다. 그러나 이때도 조정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노위원장이 강제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중재안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돼 노사는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다만 정부로서 이런 해결책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긴급조정권의 적법성과 관계없이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데 대한 논란과 이에 따른 노조의 반발로 노정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그간 사태를 관망해 온 양대노총도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부상하자 잇따라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내고 "긴급조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최후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앞으로 대기업이나 시가총액이 높은 곳은 파업을 못 한다는 선례가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힌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달리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노조위원장 출신 첫 노동부 장관이라는 김영훈 장관의 정체성과도 배치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명백하게 사측 업무를 방해하고 손해를 끼쳐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하게 만든 게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취지고 원리"라며 "김영훈 장관이 이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손쉬운 요건으로 제한되기는 어렵다"며 "사전에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파업 장기화 여부, 파업 참여 인원, 공정 중단 비율을 모두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다 하더라도 사후 조치라는 점 역시 정부 셈법이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는 순간 손실은 피할 수 없단 얘기다. 긴급조정권은 1963년 도입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됐는데, 이 사례들 모두 파업이 시작된 후 이뤄졌다. 가장 늦게 발동된 것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 노조 파업으로 78일 만에, 가장 빠르게 발동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때다. 당시에는 파업 시작 3일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산업부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 파업으로) 공장 정지 시 하루 최대 1조 원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 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실익이 클 수밖에 없다. 이날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 재개를 설득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교섭 재개를 위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교체하고 사측의 실질적 입장 변화가 선행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영훈(오른쪽 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왼쪽 가운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등 노조 측과 면담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제공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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