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황기 파격보상 원하면 불황기 저임금·해고 수용해야”

안별 기자 2026. 5. 1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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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들, 노조 성과급 갈등 조언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사후 조정 회의가 열렸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를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했다. 회의장 복도에는 ‘勞使共榮(노사공영)’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 신현종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예고한 총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해외 경제 석학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노사(勞使)와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쏟아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기업, 노조와 회사가 ‘얼마를 더 주고, 더 받느냐’의 성과급 규모를 넘어 고도성장 과정에 한국 경제가 묵인해왔던 특유의 경직된 노동 구조와 허술한 이익 공유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충돌하며 빚어진 구조적 파열음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석학들은 공통으로 “근로자들이 호황기 파격적 보상을 원한다면, 불황기 낮은 임금과 정리해고 같은 고용 유연성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본시장 원칙을 강조했다. 노사가 서로 보상과 리스크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익 공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2016년 ‘계약 이론’을 정립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벵트 홀름스트룀(Holmstrom) MIT 명예교수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노조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잘했으니 회사가 그만큼 챙겨줘야 한다’는 순수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홀름스트룀 교수는 노조가 요구하는 이익 공유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호황기에 이익 공유를 원한다면, 불황기에는 기본급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연성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익 분배를 요구하려면 손실 부담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홀름스트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와 성과급을 비교하고, 성과급 체계를 비슷하게 따라가려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보상을 요구하는 기준이 업황이 좋고 나쁘거나 운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실제 직원 개인의 노력·성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10년간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데 삼성전자 노조도 ‘경쟁사 대비 낮은 처우’를 불만으로 내세우며 영업이익의 15%를 한도 없이 성과급으로 달라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그는 “삼성은 SK하이닉스보다 거대 복합 기업이기 때문에 보상 설계가 훨씬 까다롭다”며 “SK하이닉스 방식을 추종하기보다 삼성만의 독자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 사업부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노조가 이익 공유에만 집착하다 보면 실적이 악화했을 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버드(Budd) 미네소타대 석좌교수 겸 미국 고용노동관계협회장은 “업황이 좋아 수익이 많이 나거나, 경영진 오판으로 큰 손실이 나는 경우처럼 수익·손실은 노동자가 제어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수익이 좋을 때 이익 공유에만 집착하면 실적이 나빠지는 경우 근로자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1

◇“고용 유연성 필요해”

해외 석학들은 삼성전자 노조가 ‘하이 리턴(Return)’은 요구하면서 ‘하이 리스크(Risk)’는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이문섭 UC샌디에이고 교수는 “반도체처럼 인재가 회사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에서 파격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를 묶어두는 것은 합리적 전략이다”라면서 “하지만 호황기에 수억 원의 성과급을 주는 모델이 성립하려면, 불황기에 단행되는 대량 해고(Layoff)도 노조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데이브 울리히(Ulrich) 미시간대 석좌교수는 현금 중심의 보상 체계를 경고했다. 회사 경영 입장에서 지속적인 현금 유출은 고정비를 높여 연구·개발에 소홀해지고 결국 기업 스스로 경쟁력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울리히 석좌교수는 “막대한 현금 보너스는 기업이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섰을 때 주는 일회성 보상이어야 한다”며 “노사가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스톡옵션 등 주식 기반 보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심화할수록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쟁사만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 나더라도 노사 모두에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패권 경쟁을 다룬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Miller) 터프츠대 교수는 “경쟁사들은 삼성이 노사 갈등을 겪는 지금도 제조 품질 향상과 공정 기술 고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삼성이 내부 갈등에 에너지를 쏟는 사이 글로벌 칩 전쟁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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