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대출 받고 퇴직연금 넣고… 외국인이 내던진 주식 다 받는 개미

“삼성전자 주식 다 팔렸나요? 손주들 용돈 주게 삼성전자 좀 사주세요.”
지난달 초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 객장에 90대 할머니가 들어섰다. 한 직원에게 통장을 보여주며 “요새 삼성전자 같은 주식이 좋다고 들었는데, 좋은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할머니의 투자 성향이 안정형이어서 내부 규정에 따라 종목을 추천해드리지는 못한다고 안내드렸다”고 했다.
코스피가 15일 장중 8000선을 넘어선 것은 개미 투자자(개인 투자자)의 힘이 컸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대거 내던진 주식을 받아내며 이달 들어서만 25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여 상승 장세를 주도해왔다. 젊거나 늙거나, 평소 돈이 많거나 적거나 할 것 없이 최대한 돈을 끌어다가 주식 시장에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8000선을 넘긴 후 장중 7% 넘는 폭락세를 보이며, 개미 주도 장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너도나도 빚내서 투자
공기업 직장인 홍모(30)씨는 연봉과 맞먹는 5000만원을 직장인공제회를 통해 대출받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홍씨는 “월급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주식 말고는 답이 없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40·50대 직장인들은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 대출을 받아 주식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에 20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는 정모(48)씨는 최대 한도가 1억원인 마이너스 통장을 종잣돈 삼아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에서 2000만원을 빼내 삼성전자를 샀고, 5000만원가량 수익을 거뒀다. 아무래도 집이 있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과감하게 빚을 내 투자하게 된다”고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13일 기준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41조5002억원이다. 코스피 7000을 앞둔 지난달 말(39조5904억원)보다 7영업일 만에 2조원 가까이 늘었다. 하루 평균 2728억원씩 불어났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주 사용층인 40·50대의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같은 기간 5563억원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대거 대출을 받은 영향”이라고 했다.

주식 ‘빚투(빚을 내 투자)’를 가장 공격적으로 늘린 연령층은 20~30대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20대 신용거래융자(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 잔고는 지난달 초 기준 4239억원이다. 작년 동기(1888억원) 대비 124.5%나 불어난 것인데, 증가율은 7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이들은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경험 비율도 52.7%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빚투 규모는 50대가 9조6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70대의 주식 투자 통로 된 퇴직연금
고령층은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을 주식 시장 진입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에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를 분석했더니, 70대의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가입자가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 성과도 챙기는 방식)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실적 배당형 비율이 올해 1월 72.2%로 급증했다. 이 비율은 2020년 30% 수준에 불과했다. 실적 배당형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대신 운용 실적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어간다.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한 정모(61)씨는 “기존 운영 방식으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2.8%밖에 되지 않기에 ETF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에 바꿨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운용하던 노후 자금마저 주식 투자 주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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