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대전환, 부동산 신화부터 깨야

2026. 5. 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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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흐름을 대전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동산 애착(혹은 집착)은 유독 남다르다. 가계자산의 70%를 초과하는 자산 편중도 세계적으로 이례적이지만, 과거 대비 이자 부담 수준이 높아진 환경에서도 여전히 부동산이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기준 국민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국내 가계자산 중 ▶주택(50.9%) ▶주택 외 부동산(23.7%) ▶순금융자산(23.8%) ▶기타(1.6%) 순으로 비중이 높다. 즉, 주택 포함 부동산 유형에 해당하는 비중이 75%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채권이나 주식, 예금 등의 순금융자산은 23.8% 수준에 불과하므로 금리 인상 시기 땐 소득에서 이자 지출이 많이 늘어나는 구조다. 금융자산과 달리 레버리지(대출)가 없는 부동산은 드물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 증가와 가격 약세가 동반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줄면서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으로 작동한다.

국가 간의 가계 자산구조 비교는 비금융자산(부동산 포함)과 금융자산으로 이원화해 비교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 조사와 한국경제인협회 분석 자료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비금융자산은 64.5%, 금융 자산은 35.5% 수준이다. 앞서 국민대차대조표에서의 부동산 비중과 비교하면 다소 낮게 책정된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가계자산이 비금융자산에 30%포인트 이상 더 쏠렸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이처럼 한국 사람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규제의 역설’로 해석된다. 주요 선진국 대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매우 강한 편이어서 오히려 소유 욕구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대상으로 특정 물건을 사지 못하게 한다면 그 물건이 더더욱 사고 싶어지는 심리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대출을 금지했지만 이후 2년 동안 15억 초과 아파트 가격은 25% 이상 급등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국토 면적이 좁고, 도심지와 비도심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자산 편중의 주요 원인이다. 2026년 기준 서울·수도권 인구는 약 26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5100만 명)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은 약 9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가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이에 반해 미국 뉴욕은 약 850만 명이 살고 있고, 일본 도쿄(23개 구 기준)는 약 970만 명, 프랑스 파리는 약 210만 명, 영국 런던은 약 920만 명이 산다. 독일 베를린은 약 390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국가이지만 수도 거주 인구는 1000만 명이 안 된다. 수도 거주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곳은 한국 외에 중국의 베이징(약 2100만 명) 정도다. 수요가 분산되지 못하면 특정 지역 선호 현상으로 인해 자산 양극화와 부동산 가치 편중으로 귀결된다.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주도 성장’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자산 편중 해소를 목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 수도 없다면, 주택 공급이라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서 공급 부족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주택보급률(가구 수/주택 수)은 2024년 기준 102%로 미국과 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110%)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대표적인 국가 간 비교 지표인 인구 1000명당 주택 수에서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부동산 소유욕이 강한 국민성까지 고려하면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공급량을 늘려가야 하는데 되려 규제는 강화하고 공급은 어렵게 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은 어떻게든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불패 신화부터 깨야 한다. 하지만 버블이 꺼진 일본과 달리 국내는 최근 50년 사이 토지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사례 경우는 크게 4번 정도다. 1992~1994년, 1998년, 2008년, 2022~2023년이다. 반백 년 동안 특별한 금융 충격이 있는 시기(1992년 부동산 및 금융실명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2022~2023년 급격한 금리 인상)를 빼고는 우상향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5년 만에 100% 폭등해 ‘벼락 거지’(집이 없어서 갑자기 가난해진 경우)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집권 이후 증시를 필두로 금융투자와 관련된 시장이 매우 뜨거운 상황이지만 ‘부동산 불패’ 믿음과 달리 아직 금융 시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이자 이익(예대마진)을 주로 추구하는 은행권을 소비자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은 많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해 성공했다는 사람은 아직 적은 상황이다.

오히려 투자(사기)나 사업하다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체감상으로는 훨씬 많다. 반면 미국은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 수많은 투자(사업) 성공가가 오래오래 회자되며 금융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 의도처럼 부동산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흐름을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내 가계자산이 금융과 비금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부동산 자산에 견줄 만큼의 금융 자산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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