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승부수는 정해진 답 아닌, 자신만의 ‘한 수’”

조유미 기자 2026. 5. 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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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조유미 기자의 깨발랄]
알파고와 대국 후 10년
AI 교육자 된 이세돌
이세돌

2016년 봄 홀연히 등장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계를 초토화하고 있었다. 전장(戰場)은 반상(盤上). 바둑은 인간 지성의 영원한 보고(寶庫)로, 그 어떤 첨단 기술도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영역이었다. 실상은 달랐다. AI는 강했다. 알파고에 맞선 당대 세계 챔피언 이세돌(43)은 조금씩 힘에 부쳤다. 이세돌은 한 판을 승리함으로써 영패는 면했지만 결국 1대4로 졌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알파고와의 대국이 끝나고 3년이 지난 2019년,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내가 알던 예술로서의 바둑은 끝났다”는 게 이유였다. ‘불패 소년’이라 불렸던 바둑 천재가 24년 정든 반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AI가 몰고 온 격변을 한발 앞서 마주했던 이세돌은 은퇴 전부터 줄곧 ‘바둑판 밖’ 세상에 경고음을 울려 왔다. 바둑 말고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AI로 인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당수는 먼 미래의 일 정도로 치부했다. ‘그건 바둑계 이야기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알파고 충격 이후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소설가 장강명이 AI 습격 이후 바둑계의 풍경을 그려낸 책 ‘먼저 온 미래’ 속 장면처럼 알파고 등장으로 바둑계가 겪은 혼란은 우리가 맞이할 AI 시대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남들보다 먼저 폭풍의 한복판을 지나온 이세돌이 바라보는 ‘그다음’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토크콘서트에서 이창호 9단(가운데)과 나란히 앉은 이세돌 특임교수(맨 왼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이창호 9단과 이세돌 특임교수.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AI시대 한 수’를 주제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이창호 9단과 마주 앉은 그는 여느 때처럼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10년 전 알파고와의 4국 직후 “3연패 뒤의 1승이 이토록 기쁠 수 없다”며 개구쟁이처럼 웃던 표정도 그대로였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그를 만났다. 그는 현재 UNIST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AI가 몰고 올 폭풍을 예상했네요.

“하나의 산업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화는 언제든 다른 분야로 번질 수 있어요. 사회가 그 사실을 간과한 거죠. 알파고 대국은 AI 시대의 변화를 미리 볼 수 있는 힌트였는데 넘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 잘 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쉽습니다.”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닙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주체가 돼 AI를 도구로 잘 활용해 나간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봐요. 아무리 정교한 AI 휴머노이드가 등장해도 인간은 결국 인간을 필요로 합니다. 기계가 인간을 완벽히 흉내 낼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진 가치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높아질 거예요.”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는.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화처럼 AI가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반란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AI가 인간을 지배해서 얻을 낙이 뭐가 있겠나 싶거든요(웃음). 진짜 위협은 우리 스스로 AI에 종속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종속된다니요.

“AI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게 종속이고 지배당하는 거죠. AI를 도구로 쓰느냐, 아니면 AI 없이는 일상조차 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 주도권은 그 한 끗 차이에서 갈려요. 내가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활용을 하는 것이어야지, AI 버튼만 누를 줄 아는 존재가 된다면 주도권을 뺏긴 겁니다.”

-그게 AI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인가요?

“하나 더 있어요. ‘독점’입니다. AI라는 힘을 소수의 집단이 독점하며 좌지우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와 소외는 우리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수준일 겁니다. 그래서 AI를 알아야 한다는 거고요.”

그는 지난 3월 서울대·한국과학기술학회 주최로 열린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의 대담에서도 AI가 불러올 사회적 양극화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세돌은 오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AI 대전환 시대, 리더의 역할과 조건’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오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AI 대전환 시대, 리더의 역할과 조건’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모두 같은 바둑을 둔다는 것

바둑만 보며 달려왔다. 만 6세 때 바둑을 배워 12세의 어린 나이에 입단했다. 5년 뒤 32연승을 기록하며 세계 대회인 LG배 결승에 진출했다. 이후 당대 최강자였던 이창호 9단을 꺾으며 바둑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는 그의 어록처럼 ‘자기 확신’이 바둑을 둘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에서 “바둑계 은퇴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평생 지녀온 정체성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은퇴를 후회하진 않나요?

“제 인생의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의미 부여인데, 그 의미가 사라졌거나 희미해졌을 때 일을 계속 이어가는 건 정말 쉽지 않거든요. 더 이상 끌지 않고 두 번째 길을 찾아 나선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어요.”

-은퇴 대국 상대가 한국형 AI ‘한돌’이었어요.

“감사하고 좋은 추억이에요. 다만 프로 기사와 대국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늘 있죠.”

-생각해 본 상대가 있나요.

“(중국의) 구리 9단 아니면 이창호 사범님도 있고요….”

-지금도 늦지 않았잖아요.

“공식 대국은 아니겠지만, 사실 논의 중인 대국이 있어요. 제 인생의 마지막 대국이라고 생각하는.”

-은퇴 후 순수하게 즐기며 바둑을 둔 적은 없나요?

“은퇴하고 바둑을 잘 안 둬서요. 즐긴다기보다 좀 열이 받은 순간은 있네요(웃음). 2021년에 집에서 흑을 잡고 두 점을 깐 뒤 AI와 대결했는데 몇 판을 연달아 졌어요. 그래서 다시 두 점 깔고 AI는 시간 제한 20초, 저는 무제한으로 해서 이겼습니다. 하하. 즐긴 건지는 모르겠네요.”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바둑을 ‘추상 전략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왕을 잡는다는 목적이 뚜렷한 체스와 달리, 바둑은 특정 기물을 잡는다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승패에만 무게를 싣는 건 프로의 바둑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바둑이 예술에서 계산의 영역이 됐다고 했어요.

“AI 등장 후 모두 똑같은 바둑을 둬요. 바둑에서는 초반 50수에 기풍이 가장 잘 드러납니다. 이후는 사실 ‘수읽기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예전엔 초반 기보만 봐도 누구 바둑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AI가 나온 뒤로는 모두 똑같아요. 효율만 따라가니까요. 이러면 기풍을 가꾸기 힘들어요. 그런 측면에서 더 이상 예술로 보기는 어렵죠.”

이세돌은 바둑을 ‘추상 전략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왕을 잡는다는 목적이 뚜렷한 체스와 달리, 바둑은 특정 기물을 잡는다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판 위에 스스로 길을 설계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바둑이 본질에 가깝다고요.

“순수하게 바둑을 즐기는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AI가 있든 없든 바둑이 가진 추상 전략으로서의 본질은 변한 게 없어요. 반면 프로의 세계는 다르죠. AI를 붙잡고 밤새 연구하고 학습해요. 이기기 위한 정답이 존재하는 게임이 된 거예요.”

-승패도 중요하지 않나요.

“승패에만 무게를 싣는 건 프로의 바둑으로 보기 어려워요. 바둑은 ‘복기(復棋)’를 해야 끝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수를 왜 뒀고 상대는 왜 그렇게 뒀는지, 생각을 정리하죠.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 중요해요. 바둑을 두는 이유가 오직 승리뿐이라면 AI와 다를 것이 없죠.”

-바둑계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고요.

“예전에는 프로 기사가 절대적인 존재였어요. 스승 없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기 불가능했으니까요. 덕분에 대우를 잘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요(웃음). 이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누구나 AI로 학습합니다. 프로 기사가 더 이상 배움을 위한 유일하고 절대적인 통로가 아니게 된 거예요.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의 실력 차이도 심해졌고요. 상위 랭커는 AI가 둔 수의 원리를 파고들어 자기 것으로 익히지만, 하위 랭커들은 원리를 모른 채 답만 외우니 실력이 정체되죠.”

-이런 시대에 바둑을 배우는 의미가 있을까요?

“존중과 배려, 책임이라는 ‘바둑의 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 바둑 두는 거 보면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손부터 빨리 나가요. 생각하는 시간을 존중하고, 대충 두지 않으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가 결여돼 있어요. 예의와 자세는 뒷전이고 오직 기술만 배웠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기술만 남고 정신이 빠진 바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둑 기사의 존재 의의는요?

“바둑의 정신은 결국 인간이 알려줘야 하는 겁니다. 입문할 때 이 정신을 가르치기가 정말 어려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요. AI를 사용해 기술을 배운다고 해도 그 너머의 태도는 다른 문제이거든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교정 위를 걷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신의 한 수, ‘78수’에 담긴 고뇌

2016년 3월, 세 판을 연달아 내주고 맞이한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 이세돌 9단의 78수 이후 알파고가 알 수 없는 수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버그를 일으킨 것이다. 이 수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로 회자된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대국 제안을 수락할 겁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죠(웃음). 다만 훨씬 더 철저하게 준비했을 겁니다.”

-10년 전에는 알파고를 만만하게 봤군요.

“그런 셈이죠. 돌이켜보면 준비할 기회가 많았어요. 당시 AI 전문가가 기원에 찾아와 조언을 해주기도 했는데, 제가 워낙 문외한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거든요.” 그는 알파고와 대국 전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지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었다.

-철저히 준비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요.

“그랬을 거라고 봐요. 당시 알파고는 인간과 실력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거든요. 아마 세 판까지도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4국의 ‘78수’는 인간과의 대국이었다면 두지 않았을 수라고 했어요.

“오직 알파고의 버그를 유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찾아낸 수였으니까요. 사실 진짜 승부수는 ‘68수’였습니다. 이 수를 기반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찾아온 거죠. 인간이기에 둘 수 있는, ‘인간적인 수’였어요.”

-두기 전 고민이 많았겠어요.

“고뇌를 많이 했어요. 뒀을 때 승률이 극히 떨어질 것을 알면서 이 수를 두는 것이 맞는가. 바둑을 두며 정수, 즉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만약 그 수로 졌다면?

“이세돌이 대국에서 연달아 지더니 정신이 나갔다는 말을 듣지 않았을까(웃음).”

-5국도 그렇게 뒀다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 대국인만큼 알파고를 의식하지 않고 나의 강점으로 승리를 쟁취하고 싶었어요. 바둑 인생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수를 두자고 다짐했죠. 역부족이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요즘 AI와 지금 다시 대국을 한다면요.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당시 알파고는 초창기 버전이라 이기는 게 가능했던 거라고 봐요.” 이날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기보 없이 바둑을 학습한 새로운 버전의 알파고를 보고 더 이상 감탄할 수 없었다. 알파고가 두는 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I시대, ‘나만의 한 수’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 이세돌은 바둑판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바둑보다 규칙이 단순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 보드게임 ‘그레이트 킹덤’을 직접 만들었다. 지난해 2월 UNIST 기계공학과와 AI 대학원 특임교수로 임용돼 2주에 한 번씩 보드게임 제작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사(棋士)에서 AI 시대를 이야기하는 교육자로 변신한 것이다.

-AI에 지고 나서도 AI 교육 분야에 있네요.

“제가 택한 길이라기보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AI 관련 질문을 많이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어요. 사실 저는 AI에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국 이후 많은 관심을 갖고 바둑 외의 영역으로도 생각하게 됐죠.”

-AI가 꼴도 보기 싫을 수 있을 텐데.

“하하. 그렇지 않아요. 전 평소에도 AI인 챗GPT나 제미나이를 많이 활용해요(이날 강연 PPT도 AI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AI는 경쟁의 대상이라기보다 인간이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 정의돼야 해요.”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그의 어록처럼 "‘자기 확신’이 바둑을 둘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며 "어느 수준에 오르면 이런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는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생각보다 AI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다”며 “필요할 때만 잠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이 먼저 변화를 주도해야 초·중·고 교육 현장까지 혁신이 확산된다”고 했다. AI 시대에는 정해진 평균에 맞추는 교육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이 학생이 스스로 배울 과목을 설계하는 UNIST ‘그릿(GRIT) 인재융합학부’ 같은 혁신적 시도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UNIST가 출범시킬 예정인 그릿 인재융합학부의 교육 철학과 인재상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현실화하고 있어요.

“기존 직업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요. 결국 인류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인간의 가치와 의미, 인간다움이죠. AI는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해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우선, 아주 깊이가 있지는 않더라도 넓은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지식이 없으면 AI에 질문 자체를 하기 어려워요.”

-질문이 중요하군요.

“AI의 답을 보고 사람이 무엇을 다시 물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자기 생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고요.”

-디지털화가 심화할수록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사고’의 가치가 더 커진다고요.

“아날로그의 핵심은 ‘추상성’에 있어요. 정보가 불충분하기에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추론해야 했죠. 반면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정보가 즉각적이고 명확합니다. 손안의 기기 하나로 모든 정답을 확인하니, 인간이 스스로 깊고 추상적으로 사고할 기회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그가 생각하는 바둑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세돌은 “무한히 펼쳐진 가능성 속에서 끝내 나만의 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바둑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기술이 정점에 다다르고 모든 질문에 AI가 명쾌한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의 사고가 개입되는 영역의 가치는 더욱 귀해질 거예요.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그 과정이야말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답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나만의 수를 고민하며 ‘사유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여느 때처럼 단정한 정장 차림. 어릴 때부터 입다 보니 정장이 가장 편한 차림이란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인터뷰 내내 바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둑은 나의 삶, 나의 인생"이라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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