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중난하이 ‘화무십일홍’
자금성 서쪽에 있는 호수 중난하이(中南海)의 원래 이름은 태액지(太液池)다. 신선의 연못이란 뜻인데, 중국 고대 왕조는 궁궐 정원에 큰 연못을 파고 ‘태액지’라고 부르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물이 귀한 몽골 출신 원나라 황제가 연못(池)을 보고 바다(海)로 불렀다. 몽골어로 ‘정원’이란 뜻도 있다. 오아시스를 만난 듯 휴양용 별궁을 지었다. 베이징의 ‘바다’ 6곳 중 중해와 남해를 더한 것이 ‘중남해’다.
▶중난하이가 정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청나라 말기다. 서태후는 자금성 대신 중난하이에 머물며 권력을 휘둘렀다. 개혁을 추진하던 광서제를 붙잡아 감금한 곳도 중난하이의 인공 섬이다. 서양 연합군은 서태후가 쓰던 중난하이 건물에 사령부를 차리고 베이징을 유린했다. 청나라 붕괴 후 위안스카이도 이곳에 총통부를 세우고 10명의 부인 및 자녀와 함께 살았다.
▶장제스가 수도를 난징으로 옮기자 중난하이는 일반에 공개됐다. 그런데 1949년 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이 중난하이를 다시 ‘권력 심장부’로 삼았다. 집단 업무와 경호에 편리하다는 이유를 댔다. 마오쩌둥은 처음엔 “나는 황제가 아니다”라며 입주하지 않았지만 곧 들어와 죽을 때까지 황제 권력을 누렸다. 중난하이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안을 볼 수 없다. 천안문 사태 이후 일반인은 출입 불가이고, 외교 사절도 중난하이 서북쪽 접견 건물(자광각)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와 가족이 그들만의 성을 쌓고 14억 인민을 통치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중난하이 정문에는 ‘인민을 위하여’라는 마오의 황금색 글씨가 걸려 있다.
▶시진핑이 어제 트럼프를 중난하이로 초청해 정원 깊숙한 곳까지 안내했다. 수백 년 된 측백나무와 소나무 등을 보여줬다. 트럼프가 “다른 외빈도 이곳에서 접대하느냐”고 묻자 시진핑은 “매우 드물다”고 답했다. 9년 전 자금성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트럼프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 대접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중난하이에서 중국 장미 품종인 ‘월계화’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자 시진핑이 씨앗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베이징 월계화는 지금이 가장 붉을 때다. 그런데 이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시구와 관련이 있다. 남송 때 시인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지만 월계화는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썼다. 그러나 월계화도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다. 중난하이 꽃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붉게 타오른 권력이 영원하길 바라는 심정이 꽃말처럼 통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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