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문화톡] SF 영화 속 과학의 매력…교실로 이어가려면
[EBS 뉴스]
오늘 10분 문화톡에선 영화 한 편을 준비했습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끈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인데요.
먼 우주로 떠난 주인공이 외계 생명체와 힘을 합쳐 인류 멸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탄탄한 고증으로 그려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인류를 멸망 위기에서 구해낸 주인공의 직업이 '중학교 과학교사'였다는 겁니다.
지식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영화 속 '과학의 낭만'을, 현장 교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황대훈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교사가 우주엔 왜?"
"아니야"
"교사가 우주엔 왜?"
"이거 해보자"
"나는 로키!"
"나 좋음!"
우주로 향한 과학교사가 외계 생명체를 만나 인류를 구하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입니다.
한때 물리학자를 꿈꿨던 '과학 덕후' 김병선 교사는 영화의 치밀한 고증에 감탄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선 4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그레이스가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라는 걸 눈치를 채고 동그라미 8개, 8개가 박혀 있는 고리를 선물을 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은 전자 8개가 돌고 있는 산소(O2)여서 '야 너 산소로 숨 쉬는 거 내가 안다, 너 한번 벗어봐라' 그 장면이 아 이거 진짜 맛을 아신다."
현실을 반영한 영화 속 설정은 곧장 수업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병선 4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지구의 온도가 완전히 떨어지게 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더라고요. 제 기후 수업에서도 한번 이런 것들이 인류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순히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식량 문제 그게 이제 전 세계의 어떤 전쟁으로 또 이어진다는 것을 (토의해 볼 수 있겠다).
8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요섭 교사에게 이 영화는 '과학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류를 위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주인공처럼, 학생들에게 '공동체를 위한 시민성'을 가르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요섭 8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과학으로) 인류가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고 어떤 인류가 번영해 나가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겠구나 공동체를 위한 선택이 가장 고귀했다고 믿는 거, 그 믿는 것만큼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실패할 변수가 수만 가지예요"
"우주선이 못 버틸 거야"
영화 속 주인공 그레이스는 태양을 먹어치우는 생명체 '아스트로파지'를 제거하기 위해 무수한 실패를 반복하고 평생동안 추구했던 가설이 무너지는 경험도 겪게 됩니다.
영화를 세 번이나 본 이영재 교사가 제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입니다.
의미 있는 발견을 위해서는 실패도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현실 속 교실은 시행착오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재 5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시행착오의 기간 없이 (새 도구를) 온전히 현장에 투입해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다뤄야 된다 이런 게 부담으로 와닿아서 점점 더 탐구는 간소해지고 복잡하게 학생들이 시도하면서 좀 치열하게 한번 실패도 해보고 성공의 깊은 맛도 보고 하는 그런 과정들을 단축하게 되는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세계 속에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인류는 전 세계가 가진 자원을 모아 불가능해 보이던 아광속 성간 우주선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지원은 영화 속 인류의 전폭적인 지원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 교원노조 조사에 따르면 과학 수업과 실험 운영 예산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교사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점점 떨어져 고등학교에서는 30퍼센트대에 그쳤습니다.
학교당 연간 과학 예산은 초등학교 평균 500만원, 중학교는 600만원에 그쳐 디지털 도구 한 종류를 사기에도 부족합니다.
과학 예산이 부족해 수업 운영이 어려웠다는 응답도 중학교 26.8퍼센트, 고등학교 36.4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김요섭 8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과학 교육에 투자되는 금액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너무 보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옛날에는 과학실 리모델링에 투자되는 돈이 있었다면 지금은 없습니다."
실험을 도와줄 과학실무사나 실험조교가 있는 학교는 초등학교 66.8퍼센트, 중학교 41.5퍼센트, 고등학교는 29.3퍼센트로 열 곳 가운데 세 곳에 불과합니다.
결국 교과서에 수록된 실험을 대부분 실제로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절반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요섭 8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실험 수업은) 모든 걸 선생님이 해야 되는데 몸이 하나로는 정말 부족합니다. 이 모둠에 가는 동안 저 모둠에서 찾아요. 이 모둠에 가서 붙어 있으면 두 군데서 또 찾아요. 이렇게 (쉽지 않다)."
과도한 입시 경쟁에 실험 교육까지 후퇴하면서, '과학의 가치' 대신 '의대 진학'을 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김병선 4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물리화학 어렵고 힘들지 않아? 하면 아 그래도 낭만이 있지라는 그런 이야기를 했던 생각이 나요. 현실적인 부분들을 더 많이 고민하고 하면 할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쫓고 싶은 낭만 이런 것들을 쫓는 게 조금 더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과학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싶다는 게 교사들의 바람입니다.
인터뷰: 이영재 5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과학도 되게 재밌거든요. 과학도 굉장히 즐거운 부분도 많고 이게 나한테 되게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고 효용감을 주네라는 경험을 과학 교육 안에서 학생들이 많이 경험할 수 있다면."
지구를 구한 영화 속 교사처럼, 이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이 미지의 영역을 꿈꾸게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요섭 8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내가 꼭 과학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토대를 만들어 가주는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과학을 배우는 건 인간의 의무다."
인터뷰: 김병선 4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나의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하나 얻는 것이다."
인터뷰: 이영재 5년 차 과학교사 / 경기 광수중학교
"나의 삶에 무언가를 더 많이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창을 하나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BS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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