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물·전기 한계…“패키지 지원에 인재 유입책도 담아야”

조윤진 기자 2026. 5. 15. 18: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 반도체클러스터 법제화]
수도권 전력 자립률 떨어지는데
영남·서남·중부권은 120% 넘어
용수 공급도 한강만으로는 한계
신규 팹 등에 사업·운영비 혜택
균형 발전·산업 경쟁력 등 제고
“정주 여건 마련돼야 성공” 지적도
1월 2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밖에 조성하려 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력과 물(산업용수)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반도체 산업을 수도권에 더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가적 리소스(자원)가 총투입된 반도체 기업들이 지방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반도체 생산의 필수 조건인 ‘안정적 전력 공급’부터 문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의 전력 발전량은 13만 4943GWh(기가와트시)로 수요량(22만 2797GWh)의 60.6%에 불과했다. 쓰는 전기보다 생산하는 전기가 많아 전력 자립률이 모두 120%를 넘는 영남권·서남권·중부권 등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도권의 전력 자립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서 만들어진 전력 대부분은 인천 영흥, 경기 안산·동두천 등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보다 생산이 많은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가져오는 것도 쉽지 않다. 일례로 한전은 동해안 울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기도 하남까지 보내는 국내 최장·최대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서울 변환소 증설이 필수적이지만 경기도 하남시는 2024년 12월 관련 행정심판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이 넘도록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전력 공급을 위한 345㎸(킬로볼트)의 북천안~신기흥 송전선로 사업 역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만큼 향후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용수 공급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하루 107만 2000㎥)를 공급하느라 2034년까지 2조 214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강 상류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여유분을 활용하고 발전용 댐인 화천댐의 물을 취수할 뿐 아니라 기존 삼성전자 사업장의 하수까지 재이용하는 등 한강 수계의 수자원을 한계에 가까이 끌어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까지 공급하고 나면 한강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용수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에만 2600만 명이 몰려 있어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한강에 상수원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국가물관리계획에 따르면 2035년께 한강 유역의 하루 생활·공업용수 공급 능력의 여유분은 70만 6000㎥로 전체 공급량(1107만 4000㎥)의 6.4%에 불과하다. 홍수·가뭄 대응을 위해서는 10% 이상의 여유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한강 유역의 용수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등 지방의 대하천은 상대적으로 용수 공급량 대비 수요량이 적어 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경상도 전체를 아우르는 낙동강 유역과 대전·충청을 지나는 금강의 2035년 생활·공업용수 여유율은 각각 20%, 18% 수준으로 한강 유역 여유율의 3배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으로 결정해둔 것을 뒤집을 수 없다”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설(說)에 선을 그으면서도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력이 13GW(기가와트)가 필요하다는데 그걸 어디서 해결하느냐. 그렇다고 용인에다 원자력발전소를 만들 것인지, 용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산지소(地産地消), 전기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쓰이게 해야 하는 게 대원칙”이라며 “이런 점들을 설득하고 이야기하고, 다른 데 가서 해도 손해가 안 나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추후 다른 공장들은 지방으로 내려가게 하는 대신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앞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최대 100% 나랏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력·용수 공급 시설, 폐수 및 폐기물 처리 시설, 도로, 집단에너지·정보통신·가스 공급 시설 등 기반시설 총사업비의 50% 이상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액 지원 요건을 폭넓게 두기로 한 것이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전액 지원 요건은 이중화 시설인 경우, 공급망 안정성 및 산업 안전에 기여하는 경우, 국토의 균형 발전 및 지역 간 산업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경우,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30% 이상인 경우,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됐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지방으로의 인재 유입, 양질의 교육·정주 여건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정부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세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 호황 덕분이니 정부의 최소 50% 재정 지원 등은 당연히 필요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수도권 인재를 지방으로 내려보내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을 제대로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