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연결하겠다던 메타, 세상을 쥐어짰다” [북스&]

최수문 선임기자 2026. 5.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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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리스 피플(세라 윈윌리엄스 지음, 디플롯 펴냄)
해고된 前 공공정책 담당자 ‘폭로’
거대 플랫폼 활용해 美 대선 개입
알고리즘 조작·미얀마 사태 방치 등
“사회적 책임 없이 이익에만 몰두”
일각선 ‘저자 일방적 주장’ 반론도

“그들은 사물과 생명들을 마구 짓부수고서는 슬며시 그들의 거대한 자본과 무심함 속으로 물러나 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벌여놓은 난장판은 다른 사람들이 정리하게끔 방치했다.” (본문 중)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 메타(옛 페이스북)에 몸담았던 한 직원의 신랄한 폭로다. 그는 메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측근으로 회사의 공공정책을 담당했다. 유엔과 주미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일했던 열정적인 20대 여성은 메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합류했다. 하지만 부푼 희망과 기대는 환멸로 바뀌었고 6년 후 일방적으로 해고된다.

신간 ‘케어리스 피플’(원제 Careless People)은 세라 윈윌리엄스가 2011년부터 6년간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경영진의 측근으로 일하며 보고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의 부조리를 고발한 책이다. 그는 “희망찬 코미디로 시작해, 어둠과 후회로 끝났다”는 한 문장으로 메타에서의 시간을 정의한다. 제목 ‘케어리스 피플’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등장인물들을 일컫는 말인데 보통 ‘무심한 또는 무책임한 사람들’로 번역된다.

저자가 증언하는 메타는 오직 이익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세상’을 쥐어짰다. 책은 거대 플랫폼을 활용한 정치 개입,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조작 등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서부터 노동 착취,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 등 내부 문제까지 ‘메타의 민낯’을 드러내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가 메타에 입사한 시기는 이 회사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를 청사진으로 내놓고 급성장하던 때였다. 저자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는 악의적인 게시물을 퍼뜨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 메타 광고에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훨씬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또 알고리즘을 통해 감정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을 겨냥한 광고가 노출되도록 했다.

국제적으로는 미얀마 사건이 유명하다. 메타는 미얀마에서 종교·인종 혐오 게시물이 퍼지도록 방치했고, 결국 집단 학살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혐오 게시물이 클릭 수를 늘린다는 이유였는데 미얀마 군부가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로 선동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거대 시장 중국 진출을 위한다며 중국 정부가 사용자 메시지와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도록 검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저자는 “우리는 페이스북 같은 막대한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책임감을 갖췄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꼬집는다. 경영진은 메타가 초래하는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외면했고, 더 부유해지는 것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소재 메타(옛 페이스북) 본사 앞에 설치된 대형 로고. AP연합뉴스

저자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17년 갑자기 해고됐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 조엘 캐플런 글로벌 부문 사장을 성희롱으로 신고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주장했다.

책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거대 플랫폼에 대한 폭로이자 고발이다. 물론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드는’ 사명을 위해 만들었다는 메타 같은 거대 플랫폼이 마땅히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메타 CEO의 전용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둘러싸고는 어떤 뒷이야기가 있는지 등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비화도 흥미를 더한다. 미얀마의 사례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타의 치부다.

법적 조치로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과 홍보가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 선정 베스트셀러와 올해의 책에 포함됐다. 2만 3000원.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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