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매특허 '기선제압 악수'… 이번엔 시진핑이 썼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6. 5.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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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악수'로 본 美中 역학
시진핑, 트럼프 손 덮으며 악수
느긋한 표정으로 주도권 과시
트럼프, 시진핑 손등 토닥이며
미소·칭찬 등 유화 제스처 연출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활짝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위에서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왼손으로 시 주석의 손을 감싸 덮으려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악수가 많은 것을 시사했다. 다급한 도널드 트럼프는 거래를 원했고, 느긋한 시진핑은 안정을 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중국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보인 악수를 이같이 분석했다. 악수 하나로 정치·경제적 역학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설명이었다.

대만 문제, 무역, 희토류 등 여러 전선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4일 첫 만남에서 우호적인 악수를 연출한 데 이어 다음 날인 15일 중난하이에서도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특히 2017년 방중 때에 비해 높아진 시 주석 손의 위치도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듯 보였다.

이 같은 악수는 과거 트럼프의 악수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과의 악수를 일종의 기선 제압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이번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작년 2월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입은 웃고 있으면서도 17초 동안 손을 쥐고 힘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멍이 들었는데, 너무 세게 악수를 한 게 원인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또 다른 악수 사례는 북한 지도자와 할 때의 경우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상당히 먼 거리에서 했다. 그만큼 일본이 북한과의 거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내포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역사적인 악수는 2019년 6월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역사적인 순간에 악수를 나누었으며, 이 회동으로 양측은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뜨거운 악수'는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쪽 손등에서 발견된 멍 자국.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악수 대결'로 인한 멍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레딧 캡처

악수는 정적(政敵)을 만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예의다. 그럼에도 2017년 3월 미국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기자들의 요청에도 악수를 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악수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화제가 된 사례다.

외교적 의미에서 국가 정상 간 악수는 관계 개선, 화해, 평화 협정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의도적으로 강하게 손을 쥐거나 '악수 패싱'을 통해 주도권 싸움을 드러내며 불편한 관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보인 악수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의 정상회담이다. 팽팽한 긴장 속에 치러진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팔을 당겨 악수하며 귓속말을 했고 시 주석은 침묵을 지켰다. 당시 경직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부드럽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시 주석의 발언은 훨씬 신중하고 절제돼 있었으며, 관계의 선을 명확하게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NYT는 이번 회담의 보디랭귀지가 양국의 복잡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부산 회담과 달라진 것은 두 정상이 처한 입장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이란전쟁으로 인해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란전쟁을 관망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는 시 주석은 절박하지 않은 상황이다.

NYT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아첨하는' 태도를 보인 반면 시 주석은 핵심 현안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며 양국이 온도 차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차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거래'에 집중했지만, 시 주석은 미·중 관계의 '안정'을 강조했다고 NYT는 짚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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