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공동접속 시대’ 열린다...계통난 해소 ‘승부수’
계통접속 불확실성 해소로 대규모 사업 신속한 보급·확산
공동접속 통해 발전단가 인하 및 공용망 투자 절감 가능해
[수소신문] 정부가 해상풍력 계통연계 방식의 대전환에 나섰다. 개별 사업자가 각각 송전선로를 깔아 육지 변전소에 연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 주도로 공동접속설비를 구축해 다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
업계에서는 그동안 해상풍력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계통접속 문제를 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비용분담과 지역수용성, 제도 정비 등이 추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송전선로를 구축, 육지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간 중복투자가 발생했고,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민원과 인허가 갈등도 반복됐다. 특히 계통 연결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공동접속 방식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섬이나 해안 거점지역에 집합형 변전소를 먼저 구축한 뒤, 여러 해상풍력 단지가 이를 공동 이용하도록 해 송전선로를 줄이고 계통 연계를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개별접속의 비효율을 줄이고, 인허가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대규모 해상풍력 보급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제성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전은 이날 해남지역 공동접속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공동접속 방식이 적용되면 해남지역 접속선로 길이는 기존 703km에서 287km로 약 59% 감소한다. 총 투자비는 개별접속 대비 약 3조 6000억원 줄어들고, 발전단가 역시 평균 20원/kWh 수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직면한 비용 상승 압박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해상풍력 사업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계통접속 비용까지 사업자가 대부분 부담하면서 경제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공동접속 체계는 송전망 투자비를 분산시키고 중복설비를 줄여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한전 공용망과 해상풍력 접속선로가 인접한 구간에서는 통합설비 구축을 통해 한전의 망 투자비 절감 효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 이용 효율을 높이고 송전선로 난개발을 줄여 주민수용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계통 기술 개선을 넘어, 해상풍력 산업 구조 자체를 공공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발전소와 계통 연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였으나, 대규모 해상풍력 시대에는 송전망을 국가 기반시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생존이 걸린 에너지 안보 핵심 과제"라며 "계통 문제를 사업자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반시설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비용분담 체계를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 변수다. 정부는 공동접속 설비 이용 사업자별 설비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 규모와 접속 시기, 발전량 차이에 따라 사업자 간 부담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 세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수용성 역시 변수다. 공동접속 설비가 해안과 섬 지역에 집중 설치되는 만큼, 주민 반발이나 환경영향 논란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어업권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송전망과 변전소 입지까지 더해질 경우 갈등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장기적인 국가 송전망 계획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공동접속 설비만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남 외에도 해상풍력이 밀집된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올해 3분기까지 공동접속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실제 사업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계통 부족'이라는 벽 앞에 멈춰 섰던 국내 해상풍력이 공동접속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본격적인 확산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