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언어력과 취향지능

기술에는 두 종류가 있다. 스킬(skill)과 테크닉(technic)이다. 테크닉은 형식적 절차, 즉 인간 바깥에 존재하는 알고리즘, 매뉴얼, 실행법을 가리킨다. 적당한 훈련만 거치면 초보자도 해낼 수 있고, 자동화를 통해 기계로도 대체할 수 있다.
스킬은 인간 몸과 마음에 새겨진 힘, 즉 체화한 역능이다. 이 말은 본래 '분리하다'란 뜻으로, 미세한 차이를 식별하는 힘이다. 스킬을 갖춘 사람은 같은 일도 다르게 할 줄 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게 보이는 까닭이다. 스킬을 얻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오래 손을 놓으면 몸에서 빠져나간다. 근대는 디스킬(de-skill)의 시대다. 지난 200년간 인류는 장인의 숙련된 스킬을 자동화해서 하나씩 테크닉으로 바꾸어 왔다.
김재인 경희대 교수의 '디스킬 제너레이션'(오리지널스 펴냄)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간 생각을 디스킬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생각하는 스킬이 인간의 고유함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스킬은 쓰지 않으면 퇴화하기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생각과 판단과 표현을 기계에 맡기면 '생각의 근력'이 우리 안에서 점차 사라진다. 이는 인간의 위기를 초래한다. 특히 김재인은 아직 사고 훈련이 덜 된 아이들이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한 세대도 못 가서 "인류의 상당수가 아무 생각 없는 인간이 된다"고 경고한다. '디스킬 세대'의 등장이다.
2025년 MIT 미디어랩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챗GPT를 이용한 학생과 스스로 글을 쓴 학생의 뇌파를 비교한 결과 전자의 뇌는 기억·언어·비판적 추론 영역이 거의 활성화하지 않았다. 몇 달 안 돼 급속히 게을러졌고 자기 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더 심할 테다. 이렇게 인지 퇴보 현상이 퍼지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희소한 시대가 도래한다. 사고력을 갖춘 소수와 생각 없는 다수의 격차가 커지면서 평등성이 약화하고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신귀족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김재인에 따르면 생각의 디스킬을 막으려면 아이들이 언어력과 취향지능을 갖추게 도와야 한다. 언어력은 자연어·수학·과학·기술·예술 등 다양한 언어로 세상을 읽고 표현하는 힘이고, 취향은 넘치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중요한 것을 골라내는 힘'이다. 무엇이나 답하는 기계가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세상일수록 가치와 의미를 발굴하고, 이를 소통시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는 자기 감각과 생각대로 삶을 써나가는 주인 되기의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스킬 없이 인간은 좋은 삶을 살 수 없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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