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누명’ 故홍성록 유족, 국가배상 일부 승소
유족 측 “기대와 거리가 먼 판결”…항소 예고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누명을 쓴 고(故) 홍성록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 유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38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유족들의 청구액이었던 4억7000여 만원의 16% 수준이다.
판결 직후 유족 대리인단은 "누구로부터 사과 받지 못한 상태로 낙인 속에서 산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한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먼 판결"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국가는 무고한 시민을 연쇄 살인범으로 특정해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삶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수사기관은 영장 발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망인을 '강간 살인범'으로 단정해 공중파 방송과 전국 일간지에 망인의 실명, 얼굴, 주소, 가족사를 공개했다"며 "국가 권력이 정상적인 형사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무고한 시민에게 사실상 '기소 없는 사회적 유죄'를 선고한 것과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고 전 화해 권고 결정이 있었는데, 당시 금액이 원고 두 분에게 각 1억7000만원 이상의 배상을 명하는 내용이었다"며 "이후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선고 금액과 차이가 많이 나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당사자들과 상의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홍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1987년 5월10일 경찰에 강제 연행돼 약 7일 간 구속영장없이 감금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형사 10여 명은 홍씨를 폭행하는 등 강압 조사를 벌여 홍씨로부터 화성 연쇄살인 3∙5∙6차 사건에 대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또 범행 당시 활용 도구 등 증거물을 조작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언론을 통해 홍씨의 이름과 얼굴, 주소, 가족관계 등을 공개했다. 홍씨 자녀들도 수사 과정에서 "아빠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는 등 진술을 강요받기도 했다.
이후 홍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으나 수년 간 경찰의 동향 감시와 탐문 대상이 됐다. 홍씨는 알코올에 의존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됐으며, 간경화 및 간암 진단을 받아 지난 2002년 3월 사망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홍씨에 대한 불법 체포 및 감금, 허위자백 강요, 증거 조작, 피의사실공표 및 동향 감시 등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홍씨 유족은 국가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로 입은 정신적∙경제적 손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의 진범인 이춘재가 2019년 9월 범행을 자백하면서 해당 사건으로 누명을 쓴 또 다른 피해자인 윤성여씨와 그 가족도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윤씨와 그 가족들은 총 21억7000만원의 국가 배상 판결을 받았다.
윤씨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2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밖에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 투병을 하다 사망한 고(故) 윤동일씨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동일씨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변론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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