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대비 감산 수순 삼성전자…이미 피해 시작된 것 [사설]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량 축소를 준비하는 등 비상조치에 돌입했다. 갑작스럽게 장비가 멈출 경우에 대비해 미리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를 안정 상태로 전환하는 '웜다운(Warm-down)'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웜다운을 위해 신규 웨이퍼 투입을 제한하는 순간 생산량 감소와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파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초기업 노조에 공문을 보내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중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성과급)제도화·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삼성그룹 사장단도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 측은 6월 7일 이후 협의하겠다며 파업 강행을 시사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야 하는데, 장비가 멈출 경우 온도·압력 균형이 깨지면서 수천억 원 규모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신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 믹스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대비하고 있다. 신규 웨이퍼 투입 제한은 생산량 감소와 납기 지연, 신규 주문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 손실의 시작이다. 웜다운을 넘어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수요는 폭증하는데 스스로 공장 가동 속도를 늦춰야 하는 삼성전자의 현실은 반도체 산업을 넘어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5일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가 동반급락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는 아직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파업이 시작된 후 개입은 뒤늦은 대응이 될 수 있다. 파업 전 긴급조정권 선제 발동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노사 역시 조속한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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