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찍고 ‘미끌’···“조정 여부 주시” vs “상승 여력 남아”

최동훈 기자 2026. 5. 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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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 달성 후 7거래일 만에 8000 달성···“로봇·이차전지 관련주가 기여”
외국인·기관 순매도, 공급망 재편 전망에 대형주 투매
증권가 전망 엇갈려···“조정 국면인지 지켜봐야” 관측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코스피가 이날 장중 8000을 처음 돌파한 직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지켜봐야 한단 관측이 나오는 반면, 해외 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피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단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 13분경 8002.66으로 사상 처음 8000선을 넘어선 후 전거래일 대비 6.12%나 하락한 7493.18로 장마감했다.
코스피 지수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일 장마감 기준 사상 최초로 7000을 돌파한 지 7거래일 만에 1000 단위 신기록을 경신했다. 해당 기간 전거래일 대비 하락했던 12일(7643.15)을 제외하고 매 거래일 상승했다.

코스피 8000을 달성한 요인으로는 미중 양국 정상이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순조롭게 합의한 점이 호재로 반영됐단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현장에서 경제 협력 확대를 비롯해 호르무즈 항행 자유화, 이란 핵무기 보유 금지 등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코스피는 이후 급격히 하락해 오후 3시경 7371.68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 28분경 기록한 고점인 8046.78에서 8.39%나 하락했다. 같은 시간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지수 하락을 유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29만6500원까지 상승했다가 한 때 26만6000원으로 10.29%나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99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10.33% 하락한 178만9000원을 찍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로봇 관련 주요 종목과 반도체 부품주인 삼성전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에 관한 수혜주로 떠오른 현대제철이 상승폭을 보여 두 반도체주의 하락세를 일시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대부분 코스피 종목들이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기복을 보여 코스피 하락세를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의 전광판에 국내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전거래일 대비 하락한 수치로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28분 코스피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 200 선물의 가격이 1분간 5% 이상 급락할 때 일시적으로 외국인, 기관의 자동(프로그램) 매매를 제한시켜 가격 하락폭을 완화하는 장치다.

코스피가 급락한 것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결과로 해석된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피 주식을 각각 5조6607억원, 1조7347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개인이 7조2297억원을 순매수해 매도 물량을 받아낸 모양새다.

외국인, 기관은 코스피가 급등함에 따라 차익 실현을 위해 사전 설정한 매매 기준대로 코스피 주식을 자동(프로그램)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외 변수가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매도 판단을 이끌었단 해석도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피는 로보틱스, 이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8000을 돌파했지만 반도체주가 쉬어감에 따라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트럼프가 이란에 경고한 점, 일본 생산자 물가의 서프라이즈에 따른 금리 상승, 미중 협력에 따른 공급망 분절 수혜(특정국가 의존도 하락에 따른 이익)에 대한 기대가 축소된 점이 대형주 투매를 자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1층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코스피 변동성 지수 상승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가 장중 최고점을 기록하고도 하락 마감한 것을 경험한 후, 지수를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 전망이 반영된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는 이날 장마감 기준 74.71로, 전거래일(72.91) 대비 2.47% 상승했다.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인 '코스피 200 옵션'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는 통상 주가와 반비례하지만, 주가가 급등해 조정 우려가 커질 때도 오른다.

코스피가 7000을 달성한 이후 급격히 상승하던 기간에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가 올랐고, 이날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임에 따라 향후 지수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양극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하락이 조정 국면의 시작점인지 판단해봐야 한단 관측도 나왔다.

이은택·이다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마감 후 보고서를 통해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지만 (이날) 하락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 조정이 시작된 건지는 알기 어렵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빅테크의 반도체 공급 등과 관련해 어떤 딜이 나오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나 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 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경기 흐름이 양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시간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2월(57.30) 이후 하락하다가 이달(48.20) 다시 반등했고,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제조업 지수도 지난 1월(12.6)부터 4개월 연속 전월 대비 상승했다.

두 지수는 각각 미국의 소비자, 기업을 설문한 후 소비나 제조 활동의 변동 여부를 추정하는 지표다. 두 지표가 개선되는 것은 미국 경기가 더욱 활기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미국 경기와 밀접한 한국 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다.

정원일 상상인증권 팀장은 이날 배포한 보고서에 "이달 중순까지 발표된 매크로 지표는 실물경기와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모두 개선 흐름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현재 국면은 하방 리스크를 경계하되 경기 확장 지속의 모멘텀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는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2층 홍보관에 8000 달성 기념 세리머니를 진행하기 위해 제작된 구조물이 배치돼 있다. 이날 코스피가 장중 8000을 최초 돌파했지만 급락한 채 장마감했고, 한국거래소는 세리머니 일정을 취소했다. / 사진=최동훈 기자

당분간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을 지니고 있단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코스피가 AI 업종을 중심으로 대형주 쏠림의 장세를 이어가는 점에 대한 시장 우려가 줄곧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이나 대만과 같은 반도체 강국들의 증시가 고평가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를 지탱하는 AI 성장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리스크가 상존한다"면서도 "AI 밸류체인을 주도하는 미국, 대만의 주식가치 평가분(멀티플)을 고려하면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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