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게 표류하는 대법관 인선…靑-대법, ‘6·3’까지 휴전 모드?

이혜영·김임수 기자 2026. 5. 15. 1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희대, 청와대와 대치 장기화…사법 개혁 때처럼 밀리지 않겠단 기류
지방선거 결과가 분수령…“대법원장, 국민만 보고 소신껏 제청해야” 

(시사저널=이혜영·김임수 기자)

대법관 인선이 100일 넘게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와 사법부가 '물밑 조율'이 아닌 '기싸움'을 이어오면서 최고 사법기구인 대법원의 공백이 언제 메워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시선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결과로 향한다. 초유의 대법관 제청 지연 사태와 이재명 정부의 첫 선거 성적표가 맞물리면서 1년 남은 '조희대 코트'의 향방도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5월1일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왼쪽). 이재명 대통령이 5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선거 이후 대법관 2명 동시 제청 가능성도

'대법관 1인 공백'은 두 달을 훌쩍 넘긴 상태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안갯속인 가운데, 오는 9월 물러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됐다. 6개월 시차를 두고 물러났거나 물러날 예정인 두 명의 대법관 인선이 동시에 돌아가는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14명의 완전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13인 체제로, 최악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는 12인 구성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법부 내에서도 '더 이상의 대법관 공백 방치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우종 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은 4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법관 제청은 협의 절차인데 (청와대와) 협의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제가 계속 제청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드리고 있다"며 교착이 이어지는 상태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자 4명 중 이재명 정부의 첫 대법관으로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여·55·사법연수원 26기)를 낙점해 제청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가 결정된 시점부터 115일간의 제청권 미행사로 김 고법판사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김 고법판사가 이 대통령 몫으로 지명돼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라는 점, 그리고 우리법연구회에 몸담았던 김 고법판사의 성향과 자질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법부는 사법 개혁 일환으로 도입된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제를 사실상의 '4심제'로 규정했는데, 이 구도를 설계한 정부에서 부부가 나란히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직에 오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법원장이 언제 '제청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관 인선을 놓고 갈등 속 긴장 관계를 이어온 청와대와 사법부는 현재 조율을 일시적으로 멈췄다. 대법관 제청 지연은 대법원장의 직무유기라며 탄핵 카드를 검토하겠다던 여권도 오히려 5월 중순을 넘어가면서는 공세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법부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경우 여론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에 '표심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여권이 '6월3일 이후'를 바라보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의 제청 시간표도 5월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에 대한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고 후보자 윤곽이 드러나는 선거 이후를 기점으로 2명을 동시 제청해 청와대와 접점을 찾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 4명은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자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으로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 4명 전원이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자도 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는 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대법원장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7조를 되새기면서 사법부의 최고 수장으로서 또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국민들 요구가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이어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국민 눈치만 보면 되는데 (조 대법원장이) 다른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사법권 독립과 권력분립 측면에서 소신껏 대법관 임명 제청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청와대와 조희대, 책임 미루며 불협화음"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지연하면서 오히려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법관 중 1명이 맡아야 하는 법원행정처장직에 대한 기피 현상 때문에 대법관 제청 출구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대법관 공백 상황이 법원행정처장직 지명을 미룰 수 있는 명분이 된다는 까닭에서다. 천대엽 전 법원행정처장의 뒤를 이어 지명됐던 박영재 대법관은 사법 개혁 3법 입법에 책임을 지고 임명 40일 만인 2월27일 조 대법원장에게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뒤 재판부로 복귀했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도입으로 법원행정처의 역할과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지만 정작 이를 총괄할 처장은 석 달 가까이 공석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1명 공백으로 생각보다 많은 재판 지연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보다 더 낯선 점은 법원행정처장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툭하면 국회로 불려가 수모를 당하고, 하반기로 가면 국정감사까지 열리는데 누가 처장직을 자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상 2년의 임기를 수행하는 법원행정처장이 한 달여 만에 초고속 사퇴한 뒤 재판부에 복귀한 것은 전례가 없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그대로 수용했고,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6월 이후를 기점으로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여권의 조 대법원장 압박 수위에 따라 이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 6월5일까지다. 현시점에서 1년 남았는데, 여권의 탄핵 추진과 별개로 선거 이후가 되면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될 개연성이 크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지연으로 청와대와의 충돌을 자처한 이면에 대법관 증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14명 정원인 대법관은 2028년부터 3년 동안 연간 4명씩 증원해 총 26명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의 대법관 후임과 증원분을 포함해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다. 조 대법원장은 자신의 임기 중 현재의 2명과 내년 5월 퇴임하는 천대엽 대법관의 후임까지 포함해 총 3명을 제청하게 된다. 사법 개혁 국면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에 속절없이 밀린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교체 국면에서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재경지법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대법관은 절차가 좀 지연되더라도 정말 자질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대법관 자리가 늘어나면서 그 자리로 가기 위해 (고위급 판사들이) 정치적으로 튀는 판결을 할 가능성도 큰데 대법원장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인선을 두고 지금처럼 불협화음이 오래 지속되는 양상을 해결하지 않는 것은 양쪽 모두 책임 미루기를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임명 제청권을 쓰고,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된다. 서로의 '패'를 드러내 놓고 토의하는 것이 정치적 의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