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폭염 위험? '가마솥 축구장' 우려

국제 기후 분석단체 월드웨더어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WWA)는 14일 2026 월드컵 개최 도시들의 열환경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경기 기간인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캐나다·멕시코 16개 도시의 기온과 습도 등을 분석해 선수와 관중이 실제로 느끼는 열스트레스를 평가했다.
그 결과 미국 남부와 내륙 지역, 멕시코 일부 지역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특히 높은 습도까지 겹치는 지역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다. 북미 전역에 걸쳐 경기가 분산되는 만큼 도시별 기후 차이도 크다.
저녁 경기도 안심 못 한다
이 연구는 '습구흑구온도(WBGT)' 지표를 활용했다. 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 햇빛 복사열, 바람 등을 함께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열스트레스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경기와 산업현장 등에서 폭염 위험을 판단할 때 널리 사용된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WBGT가 26도를 넘으면 선수에게 실제 열스트레스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경기 중 휴식을 권고하고, 28도를 넘으면 경기 연기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환경으로 본다.
분석 결과, 2026 월드컵에서는 약 26경기가 WBGT 26도를 넘는 환경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경기는 냉방 시설이 없는 경기장에서 치러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월드컵을 개최했던 1994년에는 같은 조건의 경기가 약 21경기 수준이었다.
더 위험한 기준인 WBGT 28도를 넘는 경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2026년에는 약 5경기가 이 기준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94년에는 약 3경기 수준이었다.

저녁 경기도 안심할 수는 없다. 실제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리는 일부 저녁 경기 역시 WBGT 28도를 넘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위험은 기온 하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같은 WBGT 수치라도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실제 체감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땀이 쉽게 증발하지 못해 몸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Journal of Athletic Training>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WBGT 환경이라도 고온다습 환경은 고온건조 환경보다 인체 열배출 능력이 13~1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습한 환경에서는 방호복이나 스포츠 장비를 착용할수록 체온 조절이 더 어려워졌다.
이번 월드컵 위험 도시로 꼽힌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 등도 높은 습도를 동반하는 지역이다. 연구진이 습도를 중요한 변수로 본 이유다.
변화 요인은 기후위기다. 1994년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약 0.7도 상승하면서 월드컵 개최 도시들의 위험한 열환경 가능성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경기장 전체 뒤덮는 폭염
이는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만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다. 연구진은 관중과 야외 인력 역시 폭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장 밖 거리 응원과 야외 행사, 대규모 군중 이동 역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기후위기에 따른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름 폭염 문제로 역사상 처음 겨울에 열렸다. 마라톤과 테니스 등 다른 종목에서도 경기 시간을 새벽이나 야간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FIFA가 14일 로이터에 밝힌 추가 대책에는 선수와 관중을 위한 냉각 인프라, 실시간 기상 조건에 따라 조정되는 작업·휴식 주기, 의료 대응 강화 등이 포함됐다. 댈러스·휴스턴·애틀랜타 등 일부 경기장은 냉방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란도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WBGT 28도 이상이면 경기 연기나 지연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FIFA의 공식 규정은 WBGT 32도를 넘을 때 경기 연기를 검토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WWA 분석에서도 이 기준 차이가 선수 안전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대한민국 대표팀 격전지도 35~40도 무더위 예상
한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환경 적응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본선 3차전이 열리는 과달루페는 6월 낮 최고기온이 35~40도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는 무더운 지역이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고, 경기 흐름이 전반 후반 2개로 나뉘어 급격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환경에 맞춰 '22분 경기 후 3분 휴식' 패턴을 훈련에 적용하는 등 방법으로 변수에 대비하겠다고 뉴시스 등 언론에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공식 발표를 통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약 2주간 사전캠프를 진행한 뒤, 조별리그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하는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과달라하라와 유사한 고도·기후 조건을 고려해 사전캠프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와 운동생리학 전문가들도 고지대 적응과 폭염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현지 훈련 시간을 오전·야간 위주로 조정하고, 체온 관리와 수분 보충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국제 스포츠가 경기력뿐 아니라, 폭염 속에서 사람이 얼마나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장 안에 냉방 시설이 있더라도 경기장 밖 거리 응원, 대기 줄, 이동 과정, 야외 운영 인력의 폭염 노출은 계속 남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에어컨이 설치된 경기장은 경기 중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야외 응원과 이동, 도시 축제 등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환경이 남는다"며 "앞으로 북반구 여름철 스포츠 행사를 안전하게 지속하려면 냉방 인프라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 근본적인 기후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