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그룹, 인간·로봇 공존 위해 양재사옥 '리뉴얼'

곽호준 기자 2026. 5.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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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사람 중심 소통, 임직원 협업 공간 확대"
3만6000㎡ 미래형 오피스…개방형 로비·로봇·라이브러리 결합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임직원과 소통하고 있다./곽호준 기자 

|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이번 양재사옥 리뉴얼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업무 환경을 구현하고 임직원 간 자연스러운 '소통'과 '협업'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와 혁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변화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 1층 중앙 라운지 '아고라(Agora)'에서 임직원에게 전한 메시지다.

이날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는 양재사옥 로비 리뉴얼의 배경과 철학을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회장은 "결국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소통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회사에 오는 것 자체를 즐겁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 개방형 로비·협업 공간 확대…업무 공간 패러다임 변화

양재 사옥의 리노베이션은 지난 2024년 5월 착공 이후 약 23개월 동안 진행됐다. 리뉴얼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공용층이며 규모는 약 3만6000㎡이다. 이는 축구장 5개를 합친 면적에 달하는 공간이다. 기존 양재사옥의 구조와 상징성은 유지하면서도 연결과 협업 중심의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 간 소통과 협업을 활성화하고 업무 효율은 물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공간을 탈바꿈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중앙부의 아트리움./곽호준 기자

정 회장은 이날 메시지에서 공간 혁신의 핵심 가치로 '사람'을 강조했다. 그는 "양재사옥을 어떻게 가장 일하기 편하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사람이 우선이어야 하고 건물에 눌리지 않고 집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이 가진 능력을 훨씬 더 많이 발휘하면서 보람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무 환경 변화가 결국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러분은 이 건물과 오피스의 고객"이라며 "편한 환경에서 일하며 제품을 잘 만들었을 때 외부 고객에게도 진정성 있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로비의 핵심은 '연결'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폐쇄적 공간 구조를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층간 연결성을 강화했다. 1층 중앙에는 고대 그리스 광장을 모티브로 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Agora)'를 조성했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카페와 미팅 공간, 전시 공간, 야외 정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로비 전면에는 대규모 아트리움과 실내 조경을 도입했다. 한국 조경설계 분야 1세대로 꼽히는 정영선 조경가와 협업해 자연광과 녹지를 적극 반영해 임직원들이 잠시 머물며 휴식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공간 설계는 글로벌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기업 '스튜디오스 아키텍처(SA)'가 맡았다. SA는 구글·메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 프로젝트 경험을 보유한 업체다.
토일렛페이퍼와 협업한 시각 요소가 적용된 미팅룸 공간 초입부의 라운지./곽호준 기자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SA 디자인 디렉터는 "대부분 기업은 브랜드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로비를 원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처음부터 사람을 강조했다"며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살아있는 광장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협업 공간도 대폭 늘었다. 2층에는 총 17개의 미팅룸과 포커스룸을 마련했다. 일부 회의실에는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와 협업한 시각적 요소와 가구를 배치했다. 기존 회의실 중심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토론과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다. 실제 현장에서는 임직원들이 곳곳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 복합문화형 오피스 구현…로봇 등 도입으로 미래형 업무환경 구축

현대차그룹은 단순 공간의 확대보다 자연스러운 교류 환경에 주목했다. 1층 라운지와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2층 미팅룸에서 보다 깊은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위치까지 협업 흐름을 고려해 재배치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사내 라이브러리./곽호준 기자

2층에 위치한 사내 라이브러리도 새롭게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츠타야서점 운영사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와 협업해 복합문화형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단순 독서 공간을 넘어 아이디어와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실제 라이브러리 구성 과정에서도 사용자 경험이 반영됐다. CCC 측은 단순히 공간 규모나 도서 수량이 아니라 '누가 이 공간을 이용하고 어떤 경험을 원하는가'를 분석하고 임직원 대상 인터뷰와 설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간과 콘텐츠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츠타야 서점은 단순 서점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접하는 과정 역시 업무의 연장선이며 그런 순간에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하며 임직원들에게 사내 라이브러리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임직원 식당./곽호준 기자

지하 1층은 식당, 헬스장, 여가 등 편의 시설로 구성된다. 식당은 기존 구내식당 개념에서 벗어났다. 중앙 라운지 '피아짜(Piazza)'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식음 공간을 연결했다. 한식·일식·이탈리안·샐러드 메뉴는 물론 뷔페, 오픈 키친 형태의 라이브 그릴 공간도 마련했다. 식당은 단순 식사 공간이 아니라 소통 공간 역할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오후 시간대에는 베이커리와 카페 기능을 하며 자연스럽게 미팅과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정 회장은 "식사는 사람에게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며 "정주영 창업회장 역시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구성원들에게 좋은 식사를 제공하려 했던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리셉션 공간을 순찰 중인 스팟./곽호준 기자

현대차그룹은 로봇 친화형 업무 환경 구축에도 나섰다. 로비 곳곳에는 관수(灌水)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보안 로봇 '스팟(SPOT)' 등을 배치했다. 로봇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구축했다. 실제 1층 조경 공간에서는 달이 가드너가 식재에 물을 공급하고 로비에서는 스팟이 순찰하는 모습 등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양재사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다양한 로보틱스 기술을 실험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회사의 미래 기술과 방향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로비 리뉴얼 과정에서 임직원 의견 수렴과 사용자 경험 기반 검증도 병행했다. 공사 착수 전부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 '새로비' 웹페이지를 운영하며 새로운 로비 방향성과 시설 개선 의견을 수렴했다.

이용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은 임직원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 식문화에 관심이 높은 임직원들로 체험단을 구성해 식당 메뉴와 식기류 품평을 실시했으며 평가 결과는 실제 식당 운영에 반영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중앙부의 아트리움./곽호준 기자

정 회장은 말미에 "계속 데스크에서 모니터만 보면서 일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사람과 사람의 페이스 투 페이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며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사람과 사람 간 만남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들이 양재사옥을 편하게 이용하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임직원의 실제 사용 경험과 의견을 반영해 공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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