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정보당국 회동…쿠바 대통령 “인도적 지원 전 봉쇄 풀라”

쿠바 정부가 미국과 쿠바 정보당국 간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인도적 지원 및 제재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입장차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각) 쿠바 정부는 국영 매체인 ‘쿠바 디베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시아이에이) 국장이 이끄는 미 대표단과 쿠바 내무부 쪽 대응 기관이 회동했다고 밝혔다. 랫클리프의 이번 방문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전 지도자의 쿠바 혁명 이후 시아이에이 국장이 쿠바를 방문한 두 번째 사례로,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이 드물게 이루어진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쿠바 정부는 이번 회동이 복잡한 양국 관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렸다면서도 “양쪽이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 안보 이익을 위해 법집행기관 간의 양자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쿠바 정부는 쿠바 쪽이 제시한 자료와 미국 대표단과의 논의를 통해 “쿠바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고, 쿠바를 이른바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킬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바에는 테러 또는 극단주의 조직이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가 이를 지원하거나 자금을 제공·허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은 인도적 지원과 대쿠바 제재 문제를 두고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에 인도적 원조에 앞서 봉쇄를 먼저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로 실제 지원 의지가 있다면 쿠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미국의) 제안은 쿠바인들에게 모순적이고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쿠바 국민을 체계적이고 가혹한 방식으로 집단 처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쿠바의) 인도주의 상황은 의도적으로 조성된 측면이 있다”며 “봉쇄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훨씬 쉽고 신속하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연료와 식량 그리고 의약품이라고 밝혔다.
다만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미국의 지원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모순이 존재한다 해도 쿠바 정부는 양자·다자 여부와 관계없이 선의와 진정한 협력 목적에 기반해 제공되는 외국의 지원을 통상 거부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 것인지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의미 있는 개혁”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과 무료 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려 했지만, 쿠바 정권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개혁’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쿠바에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에너지 공급을 봉쇄하면서 쿠바를 경제적으로도 최대치로 압박하는 동시에, 쿠바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비센테 데 라 오레비 에너지부 장관은 국영방송을 통해 “연료유도 디젤유도 전혀 없다”며 국가 전력망이 “심각한 상태”에 있고 “비축량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 쿠바 국영 전력망 운영업체는 전력망 일부 붕괴로 제2 도시 산티아고데쿠바 등 동부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저녁에는 수도 아바나 곳곳에서 정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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