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광화문광장 ‘받들어총’ 현장 가보니···“광장 의미 훼손” vs “나라 지키는 일 중요” 의견분분

최서은·안효빈 기자 2026. 5. 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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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공간에 구시대적 상징물 아쉬워”
“200억 예산을 차라리 참전용사 지원하길”
“나라지키는 의미 되새기게 하는 계기”
“광장 한복판 참전용사 추모 의미있는 일”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이 끝난 뒤 참석한 내빈들이 22개국 6.25참전 국가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조성한 ‘감사의 정원’이 수많은 논란 끝에 지난 12일 공개됐다.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담아 조성한 공간으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캐나다·영국 등 23개국을 상징하는 ‘받들어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과 지하 미디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준공식에서 오 시장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14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광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대 시민 최건호씨는 “바로 옆에 세종대왕 동상도 있는데, 주변과 너무 안 어울린다”며 “랜드마크 얘기도 나오던데, 내가 관광객이라면 굳이 여기서 사진을 찍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광장이 주는 특별함이 있지 않나. 탄핵도 두번이나 했고 광장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시민을 대표하는 공간에 갑자기 전쟁 관련 기념물이 세워지니까 어색하고, 구시대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 김미라씨(52)도 “광화문에서 보통 집회나 축제가 열리지 않나. 광장의 정체성이 훼손된 기분”이라며 “의도는 좋지만, 왜 하필 여기인지 모르겠다. 전쟁기념관 등 이미 장소가 마련돼 있는 곳에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감사의 정원’ 준공식이 열린 12일 익명의 예술가들이 준공식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감사의 정원 조성에는 2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예산이 조형물이 아니라 참전용사 지원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20대 시민 변모씨는 “굳이 여기에 세워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총 모양 돌 기둥이 보이니 당황스럽다”며 “그 정도 예산이면 차라리 참전용사들이나 군인 처우 개선 등에 쓰는게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50대 이태수씨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자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꼭 이렇게 거대한 군사적 동상을 세워야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이 예산을 참전용사의 복지나 지원 프로그램 등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감사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오 시장은 조형물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람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부연한 바있다. 대만에서 온 판진구씨(25)는 “의도가 좋더라도 시민들의 휴식 공간에 이런 거대한 군사적 상징물이 들어서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상징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 준공식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공사 현장에 ‘받들어 총 모양’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한수빈 기자

프랑스인 관광객 클로이 마땅(29)은 “보통 유럽 광장엔 평화를 상징하는 동상이나 추상적인 예술작품이 많다”며 “광화문이 시민의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이 조형물이 비판 받은 것이 이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조형물이 프랑스 도시 한복판에 설치된다면 예술이냐, 정치적 선동이냐를 두고 엄청난 토론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받들어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조형물을 살펴보던 이만호씨(70)는 “총자루 모양을 보니 옛날에 군대에서 고생한 생각도 나고, 나라를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며 “이왕 만들어진 거 좋게 봐줘야지 않겠나. 서울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50대 시민 김희완씨는 “광장 한복판에 있어야 오며가며 한번이라도 보고 그분들을 기리지 않겠냐”며 “민주주의도 결국 나라를 지켜낸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주와 함께 광장에 온 최희순씨(65)는 “아버지가 참전용사이신데, 아버지 생각이 났다”며 “뒤에 이순신 장군 동상도 있고 역사적인 공간이니까 한국적인 풍경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손주에게 아버지 얘기를 해주면서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해주고 싶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안효빈 기자 bee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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