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수풀에 가려 안 보였다"…60대 치어 숨지게 한 70대 무죄
사고 뒤 방치한 혐의는 유죄…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술을 마신 뒤 시골길에 앉아 있던 60대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8-3부(이경민·김유진·백주연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0월 24일 오후 6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한 시골마을 비포장도로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길가에 앉아 있던 60대 B씨를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가 피해자를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를 냈는지 여부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피해자가 수풀과 구조물 등에 가려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빛이 충분히 닿지 않아 주변이 상당히 어두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전조등을 켠 상태로 시속 약 14㎞ 속도로 서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씨는 마을 주민들과 술을 마신 뒤 사고 장소에 혼자 앉아 있었으며, 청색 계열의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피해자 모습은 차량 A필러와 좌측 사이드미러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1년여 뒤 진행된 현장 측정에서는 제방과 수풀 높이가 약 60㎝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검사 주장대로라면 운전자는 좌회전 전 차량에서 내려 주변을 확인하거나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 정도의 주의의무를 져야 하는 셈"이라며 "이는 과도한 수준의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충격을 인지했고 이후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목격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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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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