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집 못 파는 대한민국…5·12 보완책, 시장 숨통 틔울까

김임수 기자 2026. 5. 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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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1주택 실거주 의무 유예…‘상급지 갈아타기’는 차단
‘거래 절벽’ 완화 기대감…대출 규제·세제 불확실성은 숙제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 40대 직장인 정태우씨(가명)는 정부의 5월12일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유예 조치' 발표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전세를 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아파트를 팔고, 평소 점찍어둔 '세입자 낀'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를 매수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정씨는 정부 발표일 기준 무주택자가 아니기에 실거주 유예 조치를 받지 못한다. 앞으로 자신의 아파트가 팔리는 시점에 마음에 드는 즉시 입주 가능 매물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정씨는 "수도권 1주택자가 집을 파는 것은 결국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함인데, 이게 막혀 있다. 유주택자를 무주택자로, 무주택자를 유주택자로 만드는 이 대책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 30대 직장인 문예슬씨(가명)는 올해 초 전셋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이사하지 못할 뻔했다. 지난 연말부터 전세가 실종되다시피 해 지금보다 1억원 더 비싼 곳으로 계약했으나 공시지가 대비 전세 가격이 비싸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이 거절된 것이다. 문씨는 기존 세입자도 대출을 받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문씨는 "결국 부모님께 돈을 빌려 이사할 수 있었다"며 "뉴스에 나오는 양도세나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부동산 대책들이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무주택자인 나한테까지 영향이 왔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영끌'해 집을 못 산 게 후회될 뿐"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 '매물 잠김' 현실화에 빗장 풀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 사이 집을 팔려는 매도자도, 집을 사려는 매수자도,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세입자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우선 4년간 이어져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9일 끝나면서 시장에 급매가 줄어들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5월11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682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인 5월9일(6만8495건)과 비교해 2813건(4.1%) 감소했다. 올해 최고치였던 3월21일(8만80건)에 대비해선 약 18%나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물 잠김' 현상이 곧바로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는 곧바로 추가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5월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해 주는 대상을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재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만 적용되고, 매수자는 대책 발표일인 5월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새 임대차계약을 전제로 한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보완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거주 1주택자 상당수는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인데,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수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진입 장벽도 여전히 높다. 2026년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변동금리 대출에는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LTV도 70%에서 40%로 대폭 낮아졌다.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소수만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 5월12일 발표는) 세입자 낀 1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제도적으로 풀어준 조치로 매물 잠김 등 거래 경직성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무주택자만 진입할 수 있고, 대출 규제도 여전해 갭투자가 용이했던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5월12일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의무 유예'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집 팔릴까…"매수 규제 완화돼야"

일각에서는 이번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유예 조치가 대통령 맞춤 대책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월27일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 보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164㎡를 29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곧바로 매수자가 나타나 계약이 성사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 부부가 아파트를 팔지 못했던 건 세입자가 거주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계약일로부터 4개월 이내 실거주해야 하는데,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이 더 많이 남아있어 거래 허가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5·12 대책으로 '세입자 문제'는 사실상 해소된 상황이다. 다만 이 대통령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이 한창 추진 중이어서 조합원 지위 승계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촘촘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현직 대통령조차 집을 쉽게 팔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집 내놓기를 망설이는 다주택자와 1주택자들은 오는 7월 세제개편안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보유세 강화나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당장 세금을 감수하고 급매에 나서기보다 정부의 추가 세제 방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비거주 1주택자 역시 매수자의 실거주 유예 조치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나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준이 '보유 기간'에서 '실거주 기간'으로 바뀔 수 있어 세제 관련 불확실성을 없앤 이후 결정하겠다는 관망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5·12 보완책은 매도 규제만 일부 풀었을 뿐, 매수자나 세입자를 위한 대출 장벽 등은 그대로 남겨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물 잠김은 현실화됐고, 거래가 극단적으로 위축되면 전월세 품귀 현상으로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5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8%로 10년6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매수 관련 규제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매수자들의 갈증은 계속 커지는데, 매도자들이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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