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재료 달라질까? 제주에 나타난 낯선 게의 정체

이한 기자 2026. 5. 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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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어업 지도가 달라지는 가운데 최근 제주 바다에서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주로 서식하던 '청색꽃게'가 나타났다. 정부는 이 낯선 꽃게를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 제주 해역에서 많이 발견된 청색꽃게. 인도양과 남태평양 등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던 종인데 최근 제주 동부를 중심으로 자주 발견된다. 위는 수컷이고 아래가 암컷.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기후위기와 지구가열화로 한국 바다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계절마다 아열대 생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15일 <뉴스펭귄>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기장에서는 아열대 어종이 연안 어획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는 열대·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던 무척추동물이 신종·미기록종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먹는 생선과 어민들이 잡는 어종, 바다 생태계 질서 자체가 달라지는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5일 최근 제주 해역에서 청색꽃게가 다량 출현함에 따라 자원 활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색꽃게는 원래 인도양과 남태평양 등 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종이다. 과거에도 제주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긴 했지만 최근에는 제주 동부를 중심으로 다수의 개체가 잡히고 있다.

제주해역의 꽃게를 비롯한 기타 게류의 최근 5년간(2021~2025년) 어획량은 평균 26톤 수준으로, 해마다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수과원은 청색꽃게의 분포 확대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청색꽃게의 어획 동향과 자원량 변화, 시장성 및 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권순욱 수과원장은 "제주 연안에서 증가하고 있는 청색꽃게의 유입경로, 어획 동향, 산업적 가치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향후 수산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한반도 바다의 생태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아열대 생물출현...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과거에는 '낯선 외래종이 우연히 들어온 사례' 또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사안'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정부가 생태계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시장성과 경제성 등을 공식 검토하고 있어서다. 아열대 생물 출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 바다의 '아열대화'는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바다를 뒤덮고 있는 독가시치다. 산호초 주변 따뜻한 바다에 주로 사는 독가시치는 과거 제주에서도 흔치 않은 어종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제주 연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문제는 이 물고기가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는 점이다.

제주 어민들과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반복된다. 미역과 모자반이 줄어든 암반 지대가 늘어나고, 대신 회색빛 바위만 드러나는 '갯녹음'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가시치 증가는 이런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제주 바다에서 산호 군락은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주 연안 곳곳에서 아열대성 산호가 확산하는 모습이 보고된다. 국내 바다가 점차 따뜻한 해역의 특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다.

어민들이 잡는 물고기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동해와 남해에서 흔히 잡히던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방어나 부시리 같은 난류성 어종 비중은 커지고 있다. 겨울철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도 어느새 '대방어'가 됐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먹던 어종이 이제는 전국적인 겨울 별미로 자리 잡았다.

참다랑어 어장 변화도 비슷하다. 수온 상승으로 난류의 영향 범위가 커지면서 과거보다 북쪽 해역에서도 참다랑어가 관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잡히는 물고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생태계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특정 아열대 종이 급격히 늘어나면 원래 서식하던 토착 생물의 먹이와 서식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바다숲 감소는 해양 생물 다양성뿐 아니라 탄소흡수 기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동해는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역으로 꼽힌다.

청색꽃게의 등장은 단순한 이색 생물 뉴스를 넘어 식탁과 어업 현장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아열대 생물이 한반도 해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주해역의 최근 5년 게 어획량은 해마다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뜨거워지는 바다...장바구니 물가·어민 소득도 흔들려

실제 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 불균형은 바다의 현실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2월 발간한 '지속가능한 수산물 먹거리 보고서'에 따르면 수산물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매우 가시적으로 받는 식량 자원이다. 아울러 최근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은 전년 및 평년 대비 2~4℃가량 상승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어종 서식지가 분산되고 치어 밀도가 감소하는 등 생태계 전반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어류는 2024년 생산량이 약 13만 4000톤으로 줄어 최근 3년 평균 생산량 15만~16만 톤을 밑돌았으며, 갈치는 4만 4000톤으로 감소했다. 오징어 역시 2021년 6만 톤에서 2022년 3만6000톤으로 급감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양식 어종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광어와 전복은 고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해 폐사율이 증가하고 있다. 광어는 수온이 29~30℃를 넘으면 성장 지연이 일어나고 폐사가 늘어나는데,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도매가격이 30% 이상 상승했다. 참다랑어와 같은 회유성 어종은 회유 경로가 변동되며 안정적인 수급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날씨변화에 따라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생산량이 줄어 공급 불확실성이 늘고 품질이 저하할 수 있다. 이런 변수는 결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해양 기후위기(변화) 감시예측 역량을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어가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혀왔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해 '해양 기후변화 감시·예측 포럼'에서 "해양은 지구의 기후시스템에 있어 핵심요소이며, 해양 기후변화 감시와 예측 정보는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산업계 등이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지난 2월 "기후변화는 우리 양식 산업에 큰 위기이지만, 고수온 대응 품종을 육성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어업인들이 환경 변화에도 안심하고 양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