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요구, 오히려 노동자에게 불리하다?...전문가들이 꼽은 맹점
영업 손실 시 받을 성과급 못 받을 여지 지적
"영업익 비례 성과급 요구 주주 권리 충돌"
"무리한 요구 수용 시 배임 소지" 일각 우려도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영업이익 15~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영업이익은 주주 몫"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과급 지급을 영업이익에 비례하도록 설계하면 외려 노동자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행동연구원 초청 전문가 좌담회에서 "회사법 시각에서 영업이익은 주주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 노조 요구에 대해 "급여를 수령한 근로자가 이자 비용, 법인세, 주주 배당 등으로 쓰여야 할 미배분 이익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라며 "법 이론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좌장을 맡은 강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영업이익은 원래 주주의 것"이라며 "주주들이 손실을 감당하고 오랜 투자를 했기에 그것을 가져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등 장치 산업 특성을 들어 "생산성 향상 요인은 노조가 아닌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있는데, 그건 주주들이 한 것"이라면서다.
주주와 노동자 간 불균형 구조를 짚는 지적도 나왔다. 권 교수는 "회사의 적자에도 급여를 받는 확정 수익자인 노동자가 주주에 준하는 지위까지 갖겠다는 건 회사법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 측 노조 요구대로면 "영업이익이 100조에서 80조 원이 되면 주가는 폭락하고 주주 가치는 심각히 떨어지는 반면, 근로자는 80조 원을 기반으로 성과급 15%를 받는 구조가 된다"며 "근로자는 주주에 비해 리스크를 지지 않는 비대칭적 구조"라고 했다.
경영진이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배임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충실 의무가 총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걸로 확대 해석된다"며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노조에 주는 협상을 했다면 총 주주 이익에 반해 주주들이 모여 배임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도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주주의 부가 근로자로 많이 이동하는 상황"이라며 "이사회나 경영진 결정을 넘어 주주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영업이익 정률 기준 성과급 지급이 명문화되면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업 손실이 나더라도 직원들 노력으로 손실 폭을 줄였다면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는데 영업이익 비례로 고정하면 그럴 수 없게 된다"고 짚었다.
이승길 한국ILO협회장은 "국민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삼성전자의) 긴급조정권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노조의 파업을 30일간 금지할 수 있는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에 한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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