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범죄로 들여다 보는 대만 사회의 균열, 신간 <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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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인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대상이 흉악 범죄자일 경우에도 가능할까.
대만 검경 수사 결과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노려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린위루는 '흑과부거미', '희대의 패륜 며느리' 등 여성 범죄자에게 덧씌울 수 있는 가장 혹독한 프레임을 갖춘 인물이다.
린위루의 자서전을 통해 후무칭은 린위루라는 여성이 저지른 살인이 어느 한 시점에 벌어진 일이 아니며 대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서서히 생겨난 균열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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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가정폭력·빈곤… 한 여성 살인범을 둘러싼 사회 구조를 해부한 논픽션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묻는다”… 타인 이해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록

사람은 타인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대상이 흉악 범죄자일 경우에도 가능할까. 신간 <한 여성 살인범의 초상>은 43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속에서 독자에게 이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책은 친어머니, 시어머니, 남편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돼 대만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린위루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가 3년간 린위루를 면담하고, 서신을 주고 받은 내용을 기록했다.
대만 검경 수사 결과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보험금을 노려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린위루는 '흑과부거미', '희대의 패륜 며느리' 등 여성 범죄자에게 덧씌울 수 있는 가장 혹독한 프레임을 갖춘 인물이다. 2013년 사형이 확정됐으며 대만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수감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책은 사건 경위와 언론보도,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시작한다. 세간의 판단을 지운 '열린 글쓰기'로 연쇄살인범의 과거와 작가 자신의 지난 삶을 겹쳐 쓰는 방식을 택했다.
상, 중, 하편으로 나뉜 이 책의 백미는 범죄자 린위루가 쓴 날 것의 자서전이 실린 중편이다. 상편에서 저자와 단편적으로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도구화하려는 린위루를 만난 독자들은 중편에서 그의 막장 인생을 맞딱뜨린다.
친족 성폭력, 가정 폭력, 유흥업소 경험,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과의 만남 등 한 여성이 지속적으로 나락길을 걷는 얘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독자들은 자신을 저자 후무칭에 투영하며 린위루의 범죄 동기와 더불어 그가 쓴 내용의 진실공방까지 벌여야만 한다.
린위루의 자서전을 통해 후무칭은 린위루라는 여성이 저지른 살인이 어느 한 시점에 벌어진 일이 아니며 대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서서히 생겨난 균열로 인식한다. 린위루가 남편을 살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얽혀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가 결혼생활 내내 도박에 빠져 지낸 것이었다. 이민사회였던 대만에선 '불안 심리'가 퍼져있어 도박이 쉽게 번성했고,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됐다.
저자는 이것이 린위루 개인만의 문제가 밝히기 위해 도박에 물들었던 자신의 가족사도 고백한다. 이는 경제적 부흥기를 겪으면서 더욱 파다했던 대만의 보편적 그림자로, 매우 충격적인 대목이다. 이렇듯 후무칭은 린위루 자서전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해석과 성찰의 단계를 밟으며 고통스럽게 글을 써나갔다.
하편에서는 자서전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린위루 사건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교도소 관리자, 심리상담사, 정신감정의, 담당 경찰과 린위루의 친언니, 이웃 주민들과 변호사를 인터뷰하며 범죄자 개인을 넘어서는 사회의 민낯를 드러낸다. 범죄를 인간 사회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악으로 넘겨 짚는 것을 경계한 결과였다.
사법체계가 가진 경직된 시각과 대중의 분노의 경계 사이에서,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묻는다'는 저자의 글은 타인 이해의 한계를 시험한, 위대한 논픽션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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