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그린 빛깔을 찾아서…‘제철’ 수목원을 즐기는 법
바야흐로 신록의 시절이다. 초록에도 청탁(淸濁)이 있어, 이맘때 초록은 유난히 맑고 산뜻하다. ‘신록예찬’을 쓴 이양하 작가는 “가장 연한 초록에서 가장 짙은 초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했지만, 나는 보송보송한 느낌 가득한 이 시기의 연초록을 가장 사랑한다. 불행히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띠는” 신록의 시대는 짧다. 하여, 이 시기의 여행 목적지는 명확하다. 신록의 응집체인 수목원이다.

“스탬프 투어 앱은 챙겼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수목원 나들이에 나서기 전, 재미를 더해줄 준비물 하나를 챙긴다. 바로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 앱. 국가유산 여권이니, 등대 여권이니, 스탬프 투어가 트렌드인 요즘, 수목원도 합세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전국 수목원과 정원 72곳을 대상으로 스탬프 투어를 운영 중이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아이나비 스탬프 오르다’ 앱을 내려받으면 준비 끝. 이때 위치정보를 ‘항상 허용’으로 설정하면 해당 수목원이나 정원 방문 시 자동으로 스탬프(아래 사진)가 발급된다. 만약 자동 발급이 되지 않았다면 ‘스탬프 받기’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스탬프 모아 보기’를 터치하면 72개 스탬프와 내가 모은 스탬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각 스탬프는 수목원과 정원 이름에 그곳의 대표 식물이 함께 디자인되어 있다. 보기에 예쁠뿐더러 꼭 봐야 할 포인트를 체크할 수 있어 유용하다. 스탬프를 하나하나 모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기념품 수집 재미가 더해진다.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는 기념품으로 자생식물 기념주화를 선보여 수집욕을 자극한다. 스탬프 획득 개수에 따라 기념주화를 제공한다. 최초 6곳 방문을 완료하면 미선나무 기념주화를, 이후 3곳 추가 방문 시마다 광릉요강꽃, 구상나무, 노랑붓꽃 등이 새겨진 기념주화를 차례로 받게 된다. 72곳을 완주하면 총 23개의 우리나라 자생식물 기념주화를 모을 수 있다. 어째, 기념품을 보고 나니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 완주 욕구가 ‘뿜뿜’ 샘솟는다.

올해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곳부터 접수!
어디에서부터 도장을 찍어볼까? 스탬프 투어 모바일 앱은 GPS 기반이라 내 위치에서 가까운 곳 순서로 거리상 리스트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인접한 곳부터 가볍게 찾아가도 좋겠다. 아니면, 산림청에서 발표한 ‘2026년에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림청은 해마다 주제를 정해 대표적인 수목원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가족과 함께 꼭 봐야 할 수목원’을 주제로 10곳을 뽑았다. 선정지는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강원 춘천), 경상남도수목원(경남 진주), 구례수목원(전남 구례), 기청산식물원(경북 포항), 미동산수목원(충북 청주),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경기 안양), 신구대학교식물원(경기 성남), 일월수목원(경기 수원), 천리포수목원(충남 태안), 한택식물원(경기 용인)이다.
‘가족여행지’ 강원도립화목원부터
‘SNS 인생샷 성지’ 전주수목원까지
전국 72곳서 스탬프 투어 운영 중
목표 달성 땐 자생식물 기념주화도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면
산림청 선정 ‘가봐야 할 10선’ 참고
이 중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은 가족여행지로 사랑받는 춘천에 자리하며, 도심에서 멀지 않아 찾아가기 편하다.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계절에 따라 갖가지 꽃이 피어오르는 사계절 꽃길과 계절꽃원을 비롯해 청량감 가득한 메타세쿼이아원, 한국 정원의 전통미를 살린 수생식물원과 화목정원 등을 갖췄다. 여기에 어린이정원, 3D영상관, 분수광장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도 있어 가족여행지로 제격이다. 눈여겨봐야 할 나무도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크게 주목받은 영월 청령포 안에 있는 관음송의 후계목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양버즘나무로 손꼽히는 보호수는 눈도장 찍고 나오자.


도심 속 수목원인 수원 일월수목원에서는 동화 같은 하루가 펼쳐진다. 이곳의 자랑인 이국적인 온실을 중심으로 ‘꽃에서 태어난 소녀, 엄지공주’라는 자연과 동화가 만나는 특별 전시가 이뤄진다. 튤립에서 태어난 엄지공주가 되어 수련, 두꺼비, 두더지 등 동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꽃과 곤충, 동물을 만나는 여정이다.
스탬프 투어 대상지는 아니지만, 수원의 또 다른 수목원인 영흥수목원에서는 ‘헨젤과 그레텔: 유혹의 숲’이라는 특별 전시를 선보이니 함께 방문해도 좋다. 두 수목원은 5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야간에도 문을 열고 밤빛정원을 운영한다. 별빛이 내려앉은 수목원을 해설사와 같이 산책하고, 조명 있는 화분 만들기나 한지 압화 등불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다.
바다를 품어 더욱 특별한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봄축제가 한창이다. 튤립, 황목향화, 알리움, 만병초 등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꽃길을 걷고, 여러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5월에는 주말과 공휴일에 로컬 플리마켓을 열고, 22일부터 31일까지 ‘생물다양성의날 기념주간’ 행사를 진행한다. 봄꽃과 신록에 축제와 바다까지, 뭘 더 바라겠는가.
드라마 속 그곳서 ‘인생샷’ 찍고, 스탬프도 찍고
수목원은 종종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침고요수목원이 대표적이다. 현대적인 풍경과 고풍스러운 경치를 두루 갖춘 덕에 현대물부터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은 단연 한국 정원 서화연. 연못 주변으로 계절에 따라 벚꽃, 목련, 붓꽃, 연꽃이 피어오르고 고아한 정자가 방점을 찍는다. <옷소매 붉은 끝동> <옥씨부인전> <구르미 그린 달빛> <환혼> 등 많은 인기 드라마의 선택을 받은 포인트다. 극중 주인공들처럼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위에서 찰칵! 드라마 같은 한 컷이 완성된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멀지 않은 춘천 제이드가든 역시 드라마 단골 촬영지다. 유럽풍 벽돌 건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신사와 아가씨>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풀하우스> 촬영지이자 BTS 리더 RM이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진 찍기 좋은 스폿이 많은데, 긴 수로와 화단이 대칭을 이루는 이탈리안 웨딩 가든과 몽환적인 감성이 흐르는 이끼원이 베스트 포토존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전주수목원은 SNS ‘인생샷 성지’로 꼽힌다. 5월 초, 몽글몽글 새하얀 공조팝나무꽃이 수목원을 뒤덮으면서 봄날의 눈꽃 세상이 펼쳐진다. 뒤를 이어 5월 중순부터는 색색의 장미가 피어올라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한국적인 미를 살린 장미원은 전주수목원의 자랑으로, <환혼: 빛과 그림자> 촬영지이기도 하다. 드라마에 그대로 등장한 장미원의 원형문은 포토존으로도 사랑받는다.
하지만 전주수목원 최고 인기 포토존은 따로 있다. 수생식물원 쪽 풍경 쉼터로, 한옥 문살 포인트와 연못이 완벽한 합을 이룬다. 정면과 측면에서 구도를 달리해 찍는 게 이곳의 촬영 비법이다. 같은 장소지만 다른 분위기의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 여기도 무료였어?…자유롭게 탐방하고 스탬프도 꾹~
스탬프 투어 대상지 중 입장료가 무료인 곳도 꽤 많다.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도 그중 하나. 약 25만평(83만5452㎡)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정원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대표 명소는 태화강을 따라 약 십리(4㎞)에 걸쳐 이어지는 대나무숲이다. 십리대숲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낮에는 세상 상쾌한 초록 바람이 일렁이고, 밤에는 별빛이 흐르는 은하수길로 변신한다.
무료 입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수목원은 전국에 더 있다. 금강송이 우거진 강릉솔향수목원, 전국 최대 규모 금낭화 자생 군락지를 품은 완주 대아수목원, 제주 희귀식물을 전시하는 제주 한라수목원, 감성적인 식물책방을 갖춘 오산 물향기수목원, 외나무다리 포토존이 유명한 경북천년숲정원 등을 추천한다. 이번 주말, 마음에 드는 곳 하나 골라 발 도장 꾹, 스탬프 꾹, 찍으러 나서보자.
글·사진 김수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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