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올스톱' 위기… 노란봉투법에 파업 전운 고조

미디어펜 2026. 5. 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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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노조 27~28일 찬반투표 후 6월 8일 수도권 총파업 예고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도권 레미콘 운송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레미콘 운송노조가 임·단협 교섭 불발을 이유로 수도권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논란까지 맞물리며 기존 산업 계약 구조 전반에도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도권 레미콘 운송업계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건설 현장의 레미콘 트럭./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최근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수도권 레미콘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2026년 임·단협 통일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 측은 지난 3월부터 교섭 참여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교섭 참여를 재차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노조는 제조업체 측이 계속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달 27~28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가결 시 오는 6월 8일부터 수도권 총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실제 수도권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레미콘 공급 차질로 건설현장 공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은 생산 이후 일정 시간 내 현장 타설이 이뤄져야 하는 특성상 운송 차질이 발생하면 공사 일정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레미콘 제조업체들은 운송기사들이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된 구조라는 점을 들어 현행 법·계약 체계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운송노조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인 계약관계 역시 각 대리점과 맺어져 있다”며 “현행 계약 구조상 제조업체를 단체교섭 당사자로 보는 데에는 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출하 감소에 노조 갈등까지…제조업계 부담 커져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현장 착공이 줄어들면서 레미콘 출하량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약 9300만㎥ 수준까지 감소했으며, 전국 평균 공장 가동률 역시 평시의 절반 수준인 14%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물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가 구조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차량 유지비와 인건비 등은 유지되는 반면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전반적인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운송노조는 운행 회전수 감소로 실질 수익이 줄어든 만큼 기존 단가 체계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정비비 등 고정비 부담은 동일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운임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협의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유류비 등 주요 운행 비용이 이미 별도 기준에 따라 지원되고 있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부분의 레미콘 제조사들은 믹서트럭 운행에 필요한 유류비를 운반비와 분리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한 추가 운반비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 구조가 장기적으로 건설사 등 최종 발주처까지 교섭 범위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레미콘 운반비가 납품 단가 구조에 포함돼 있는 만큼 현재는 제조사와 운송 주체 간 협의로 처리되고 있지만,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교섭 대상이 발주처 단계까지 확장된다면 단순 운임 문제가 아닌 전체 공사비 구조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레미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협상력 약화와 함께 단가 전가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수익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 건설사 역시 협상 주체로 직접 편입되면서 공사비 변동 리스크와 일정 관리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레미콘 운송단가는 개별 제조사별로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일정 기준에 따라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체계”라며 “계약 구조상 운송은 대리점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어 제조사나 나아가 건설사까지 교섭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계약 구조에서는 교섭 주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산업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운송 차질 사례도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지난달 하루 동안 레미콘 운반이 중단됐고, 제주지역에서도 이달 초 3일간 믹서트럭 운행이 멈춰선 바 있다. 부산·경남 지역 역시 최근 총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지역 건설업계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