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벌고선 200조라 거짓말" 협상장서 고함친 삼전 노조, 파업 강행 수순
"집중교섭 때 얘기 반복해" 조정 불신
사측 대화 요청에도 "파업 이후" 거부

삼성전자 노조가 1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첫 사후조정 과정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 측이 사측 대표 교섭위원을 두고 "실적이 300조 원인데 200조 원이라고 거짓말한다"며 언성을 높이는 음성이 담겼다. 중노위 조정위원을 향해 "더 이상 회사랑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조정안을 달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가 파업 전 중노위의 사후조정 재개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11~13일 진행된 중노위 사후조정회의 도중 녹취한 음성 파일을 노조 익명 소통방과 언론 단체대화방에 공개했다. 사후조정 이틀째인 12일 오후 1시 30분쯤 녹음된 파일로,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황기돈 중노위 준상근조정위원과 최 위원장 간 대화가 담겨 있다.
녹취록에서 최 위원장은 김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200조 원이라고 이야기한 점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 원"이라며 "그런데 지금 (김 부사장이) 200조 원이 안 될 것 같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메모리랑 파운드리가 차이 안 난다는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메모리가 300% 받을 때 파운드리 100% 받는다? 장난질 치는 거죠"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이 반도체를 하나도 모르고 실적 규모 자체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후조정 회의를 주재한 황 위원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겠다며 최 위원장을 달랬다. 황 위원은 "노사 양측이 좁힐 수 있는 게 어딘지 짚어봐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저희(노조)는 아시다시피 조정 요구안을 드렸는데 왜 회사는 집중교섭 당시의 이야기를 시작하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저는 더 이상 회사랑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니 한 시간 안에 조정안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날 사후조정 회의는 이튿날인 13일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노조가 조정 결렬을 선언하면서 빈손으로 끝났다. 대안이 오갔지만 노사 입장차가 커 중노위의 조정안 제시도 무산됐다. 이후 중노위는 사후조정을 16일에 재개하자고 전날 노사에 요청했다. 아직 노사 모두 추가 사후조정요청서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조정에는 기한이 없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초기업노조에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전날 노조의 최후통첩에 대한 답변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내달 7일 이후 협의하겠다"라며 대화 재개를 거부했다.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회사는 사후조정 결렬 하루 만인 전날 노조에 직접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이에 노조는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 겸 반도체(DS) 부문장이 직접 핵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15일 오전 10시를 기한으로 못 박았다. 노조는 사측에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상한(연봉 50%) 폐지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산정 제도화(명문화) 등 핵심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회사는 이날 답신 공문에서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겠다"며 기존 대안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했다.
노조는 즉각 이를 거부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언론 단체대화방을 통해 "저희에게 보내는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교섭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6월에 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측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한 이후 사측과 협의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이다. 요구했던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파업 예고일 전 노사 대화 재개와 중노위 추가 사후조정 모두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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