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국 논란, 진짜 문제는 ‘해로운 남성성’이야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5. 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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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이 칼럼을 쓰는 현재(5월12일), 개그맨 양상국을 때리고 비웃는 것만큼 쉽고 부담 없는 주제 선정도 없을 듯하다. 지난 4월 2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무려 ‘화제성 1등’이라는 키워드로 출연할 정도로 최근 주가가 올랐던 그는, 하지만 지난 2일 유튜브 뜬뜬 채널의 ‘핑계고’에 출연해 유부남 출연자들 앞에서 본인의 이기적인 연애관을 우기다가 큰 역풍을 맞았다. 아침마다 밥을 차리고 아내의 출근길을 챙겨준다는 남창희의 신혼 에피소드에 유재석과 한상진이 감탄하는 상황에서 굳이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진짜 위험한 겁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살짝 후려친 그는 “우리(경상도 남자) 같은 경우는 아예 안 데려다줘요”라며 지역 스타일 차이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반박과 회유에도 고집을 부리다 유재석에게 “한 번만 더 얘기하면 혼냅니다”라며 대화를 종결했다. 댓글창의 반응은 더없이 부정적이었고 그를 둘러싼 대중의 공기도 심상치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놀라운 토요일>에 김해준의 유튜브 콘텐츠 ‘낭만부부’의 일원으로 출연한 그는 방송 시작과 함께 ‘낭만부부’의 기필 삼촌이 아닌 양상국 본인 캐릭터로 전환한 뒤 김해준이 준비한 거의 모든 콩트를 받아주지 않아 다시 한 번 태도 논란이 터졌다. ‘핑계고’ 때만 해도 논란을 조심스럽게 전하던 연예매체도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나락’ 같은 무서운 표현까지 써가며 그의 짧은 천하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중이다. 대세 분위기를 굳힐 수 있던 ‘핑계고’에서 오히려 밥상을 걷어찬 셈이니 이토록 빠른 몰락은 자초한 게 맞다. 다만 이 사건을 양상국 개인의 태도 문제로 환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2개월 양상국이 보여준 빠른 비상과 더 빠른 수직 낙하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은 오랜 기간 인기 없던 개그맨이 갑자기 큰 관심을 경험하자 정신 못차리고 오만하고 고집 센 본색을 드러냈다가 이 사달이 났다는 서사다. 그럴지도 모른다. 경상도 방언을 하이톤으로 쏟아내는 건 KBS <개그콘서트> 시절부터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최근 <놀라운 토요일>에서 공격적일 정도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출연자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영 보기 피로했다. 그러니 웃길 의도든 뭐든 선을 못 지킨 건 맞다.

하지만 또한 그를 ‘화제성 1등’으로 만들어준 상황극에서 종종 양상국은 경상도 방언 네이티브스피커라는 당사자성을 관계의 우위로 삼는 경상도 사나이 정체성을 수행해왔다. 3개월 전 조회수 210만 회를 기록한 개그맨 김대희의 유튜브 꼰대희 채널 콘텐츠에서 그는 경상도인 연기를 하는 꼰대희에게 “경상도 사람들은, 우리는 빠꾸 없다 아입니까”라고 동조를 구한 뒤 “와따 잘 쳐묵네”라고 한 방 먹인다.

어느 정도 합의된 상황극이니 <놀라운 토요일>과는 맥락이 다르지만, 중요한 건 그의 본심이 무엇이냐는 것과 별개로 그가 예능에서 자신의 출신과 사투리를 바탕으로 ‘진짜’ 경상도 남자 역할을 할 때마다 어떤 과장되고 공격적인 남성성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경상도 방언으로 말하면 어떤 우악스러움과 무례함도 용납이 되는 그런 세계관 안에서의 남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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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예능 <핑계고>. 유튜브 캡처

<놀라운 토요일>과 ‘핑계고’는 말하자면 이러한 세계관을 벗어난 관계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본인은 그대로인데 왜 갑자기 대중이 자신의 개그를 좋아하는지 몰라 당황스럽다고도 했지만, 동일한 말과 행동이라도 상황의 맥락에 따라 의미와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양상국은 정말 무지한 듯하다.

<놀라운 토요일>에서의 양상국은 단순히 ‘낭만부부’의 기필 삼촌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한 ‘빠꾸 없는’ 경상도 남성성을 수행하다가 과도할 정도로 김해준의 설정과 콩트를 무시하고 파괴해버렸다. ‘핑계고’에서 유재석에게 “혼냅니다”라며 논란이 된 장면도 고집을 꺾지 않는 가부장적인 경상도 남성성에 과잉 몰입하다가 벌어진 사달로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양상국 개인의 인성과 태도를 문제 삼는 것보다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부족한 진실이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개그가 언제 맞고 언제 틀린 지에 대한 맥락만을 이해하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자신이 수행하는 남성성이 애초에 조금만 삐끗하면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고 본인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해롭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건 양상국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번 ‘핑계고’에서 그가 여성을 대하는 연애관이 논란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여기엔 명백히 젠더의 차원이 존재하며 이걸 빼놓은 비판은 반쪽짜리다. 앞서 인용한 ‘핑계고’나 ‘꼰대희’에서 양상국은 자신을 ‘나’가 아닌 ‘우리’라 칭하며 행동을 정당화한다. 여기서 주체는 개인이 아닌 경상도 남자들이다. 여성을 집에 안 바래다주든, 빠꾸가 없든. 이것이 실제 경상도 남성의 평균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특정한 종류의 말과 행동이 본인 혹은 타인에 의해 남성으로서의 실천으로 의미를 갖는 건, 이러한 남성성이 하나의 사회적 각본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당장 꼰대희만 해도 경상도 남자라는 프로필에 기대 꼰대 가부장의 발화를 정당화하는 캐릭터다. 그나마 김대희가 실제 경상도 출신이 아니기에 이러한 남성성은 상황극 안에서 자기희화적인 패러디로 수행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비판적 맥락에 충분히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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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이번 양상국 논란을 이해하려면 논란이 벌어진 두 프로그램이 아닌, 2개월 전 그를 주류 미디어에 안착시켜주고 유재석과도 연결해 준 MBC <놀면 뭐하니?>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촌놈들의 전성시대’라는 에피소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해당 회차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패러디하며 모든 출연자가 행님 타령과 부산 타령을 해댄다. 유재석의 “부산 아이가”의 어색함에 다들 질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투리의 어색함보단 그 말 자체가 거슬렸다. 왜 어떤 종류의 남성성은 ‘부산 아이가’ 혹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쉽게 재현되고 쉽게 정당화되는가.

<범죄와의 전쟁>은 부산과 조폭으로 구성된 남성성 판타지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까발렸지만 정작 반대로 수많은 남성들에게 “자, 드가자” 같은 밈(meme)으로 소비된 비운의 작품인데, 이를 패러디한 ‘촌놈들의 전성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출연자들의 무덤인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의 성비 불균형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문제의식도 없어 보이는 남성 출연자들이 옛날 조폭 흉내를 내고 으스대며 걸어가는 꼴 사나운 풍경과 함께 김해 출신인 양상국은 가장 순혈에 가까운 부산 사나이로서 이 세계관에 쉽게 안착하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촌놈들의 전성시대’라는 제목처럼 서울을 잘 모르는 부산 사나이라는 캐릭터는 ‘경상도 짜베이들’을 비웃으며 오히려 자신의 모름을 남성 호모 소셜에서 권력처럼 행사할 수 있다. 같은 경상도 촌놈 개그라도 <개그콘서트> 시절 양상국의 마지막 히트 코너였던 ‘네가지들’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퇴보한 방식이다.

나는 이쯤 되면 양상국이 지난 두 방송에서 폭주한 게 정말 양상국 개인만의 판단 오류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경상도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남성성을 위한 판을 깔아주고 그에 대해 어느 누구도 도덕적이거나 미적인 의구심을 갖지 않고 부화뇌동하며, 다 함께 양상국이 대세라는 서동요를 불렀다. 그러다 이 사달이 났다. 또 다시 언론은 방향만 바꿔 부화뇌동하며 최근 두 방송에서 양상국의 개그가 불쾌한 이유, 재미없는 이유, 비호감인 이유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각론으로는 대충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로서의 남성성에 대해서는 다들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거나 침묵 중이다. 이래선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양상국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지난 10년의 공백기를 겪어봤기에 현재의 인기를 잃어도 다시 10년을 견딜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렇게까지 가혹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진 않지만 만약 그런 10년의 공백이 생긴다 해도 그 10년 동안 비슷한 캐릭터는 수없이 또 나오고 또 환호받고 또 논란이 될 것이다.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남성성의 각본이 미디어에서 왜 그리 쉽게 받아들여졌고 그것이 가능한 미디어 바깥의 조건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없다면 양상국 개인의 경력과 상관없이 예능 안에서 해로운 남성성은 끊임없이 회귀할 수밖에 없다. 남자라서 강제로 띄워줬다가 남자라서 알아서 추락하는 방식으로.

▼ 위근우 칼럼니스트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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