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외도 증거 수집, ‘몰래 녹음’ 안 되지만 ‘이것’은 된다 [주목, 이 판결!]
대법 “‘몰래 녹음”은 소송 증거로 못 써, ‘폰 촬영’은 증거 인정”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배우자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해 차량 안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촬영했다면, 이를 민사소송 증거로 쓸 수 있을까. 대법원은 '몰래 녹음' 위법수집증거지만, '휴대전화 촬영'의 경우 상황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 2명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2005년 혼인신고를 한 A씨와 B씨는 2021년 9월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A씨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인 2021년 9월~11월 배우자 B씨 외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차량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제3자들의 대화를 녹음했고, B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사진·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씨는 이 같은 '증거 수집' 활동으로 인해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돼 처벌받기도 했다.
A씨는 이 증거들을 토대로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가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B씨가 피고인들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해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그러자 피고인 측은 A씨가 제출한 증거가 위법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휴대전화 정보를 훼손하거나 침해·도용·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통해 확보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차량 안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자 위법수집증거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휴대전화 촬영 증거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 자체는 맞지만, 해당법에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이혼 소송이나 이 사건 소송의 성격상 그 증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둘러싼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A씨가 소외인(B씨)의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수집할 당시 법률상 부부로서 동거생활을 유지하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촬영행위는 동거 중인 주거지 내에서 이뤄졌다. 증거 수집 및 조사로 인해 소외인과 피고들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당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거확보의 긴급성 역시 인정된다. A씨가 적법하게 수집한 다른 증거를 통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증명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라며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부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위법수집증거라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증거 확보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에 명시적 배제 조항이 있는 녹음의 경우,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증거로 쓸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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