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의증 차별 말고 미·호주처럼 후유증으로 통일해 ‘국가유공자’ 예우해야”
“위·대장암 환자는 보상·유족승계 차별…법 개정 통해 국가가 책임져야”

“고엽제 후유증과 후유의증(疑症)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악성종양 등 증증질환입니다. 같은 베트남 전장에서 같은 고엽제(독극물 다이옥신이 함유된 제초제)를 맞았는데 누구는 국가유공자, 누구는 참전유공자로 달리 대우하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고엽제 후유증으로 통일할 수 있도록 고엽제 후유의증 등급 변경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14일 서울 서초구 고엽제전우회관에서 만난 김길래(83) 고엽제전우회장은 “현행 법률은 후유증과 후유의증을 구분해 보상과 유족 승계에 심각한 차별을 두고 있다”며 “폐암·전립선암·방광암 등은 후유증으로 분류돼 환자가 국가유공자, 위암·대장암 등 환자는 후유의증으로 참전유공자로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한 만큼 반드시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139명이 공동 서명한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2018년 회장직무대행으로 고엽제전우회와 연을 맺은 김 회장은 7년간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솔선수범해 출·퇴근 차량을 사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원주와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했다. 지난해 4년 임기인 회장직에 취임, 고엽제전우회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은 김 회장은 “베트남전 생존 참전유공자 16만1470명의 평균연령은 79세이고 이 가운데 13만949명이 고엽제 피해자(후유의증 환자 8만4919명)”라며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벌어들인 외화가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발전에 기여해 경제성장 토대가 된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참전용사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젊음을 바쳤다. 그 희생이 오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밑바탕이 됐다”며 “독립·호국·민주 세 가지 가치는 보훈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통합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연내에 7차 역학조사를 끝내 후유의증 중 악성종양·고혈압·뇌경색증 등 7개 질병을 후유증으로 격상하는 문제를 국가보훈부와 협의 중”이라며 “고엽제 피해는 국가 파병정책의 결과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보훈의 면모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는 6월 고엽제 후유의증 배우자수당 신설 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라며 “수십년간 간병인이자 생계부양자로 헌신한 배우자들은 남편이 떠나면 수당마저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 기초수급자로 전락한다”고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전우회는 자체적으로 월 510명의 배우자에게 5만 원씩 연간 3억6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불우회원 및 배우자 6102명에게 10만 원씩 총 6억1020만 원을 지원했다”며 “고엽제전우회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는 7월 18일 전우회원 및 가족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엽제의 날’ 행사가 매년 보훈단체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로는 열린다”라며 “이번 행사에 대통령 등 정부 고위인사들이 참석해 격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군에서 태권도 교관으로 복무하던 김 회장은 1965년 맹호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 귀국 후 1971년 육군 준위로 임관해 2001년까지 38년 8개월간 복무한 뒤 전역했다. 그는 태권도 공인 9단으로 세계군인태권도대회 심판위원장, 세계군인태권도연맹 부총재, 한림성심대 태권도 지도교수 등을 역임하며 태권도 세계화에 큰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의 큰형은 6·25전쟁 참전용사이고, 동생도 베트남전에 참전한 호국보훈 가문이다.
김 회장은 학업에 대한 남다른 열의를 갖고 군생활을 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 후 강원대 대학원을 수석 졸업했다. 특히 그는 태권도를 통해 군의 정신전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강원도 전 지역에 있는 사단을 연 4회 직접 방문해 매년 약 3만 명의 태권도 유단자를 양성했다.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군인정신과 국가관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국방부장관기 태권도대회에서 1군사령부팀 총감독을 맡아 7회 입상, 3회 우승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태권도전도사’인 김 회장은 “강인한 군인을 육성하려면 태권도 정신이 먼저다”며 “유사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강인한 체력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국훈장 광복장을 비롯해 훈·포장 3회, 대통령·국방부장관 표창 11회 등 50여개의 상훈을 받은 김 회장은 “애국은 대한민국의 뿌리로, 그 훈장은 평생을 군인과 태권도인으로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감사함을 주었다”며 “함께 싸운 전우들을 대표해 받은 상이라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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