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리며 운동하면 잘 잔다’는데…되레 불면증 부르는 습관
![불면증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시작하더라도 반복되면 만성화되기 쉽다. 수면 문제가 지속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5/ned/20260515113400351ofpu.jpg)
“몸은 피곤한데 뇌는 초롱초롱한 거 같아요.” “잠이 안와서 항상 TV를 켜놓고 자는 편인데 깊게 못 자고 자주 깨서 항상 쪽잠을 잔 것 같고 새벽에 자꾸 깨는 게 제일 힘들어요.”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밤마다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반복되는 상황이 누적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상태가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기 쉽지만, 지속된다면 불면증이 이미 심각한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신호다.
불면증은 잠을 잘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깨는 증상이 반복되고 낮 동안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며칠간 나타나는 일시적 불면증부터 수주 동안 이어지는 단기 불면증, 그리고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아니라 수면의 질이 저하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라며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카페인 섭취,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 요인이 대표적이고, 불규칙한 수면시간이나 야간활동 증가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소음, 조명, 실내온도와 같은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통증, 소화불량, 호흡 문제 등 신체적 질환과 스트레스, 우울감 같은 심리적 요인 역시 불면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윤호 교수는 “불면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기보다 생활습관, 신체 상태,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잠에 대한 부담 자체가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잠들기 어려운 입면 장애, 수면 중 자주 깨는 수면 유지 장애, 이른 새벽에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 각성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낮 동안 집중력 저하, 피로감, 기억력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면역력 저하와 함께 다양한 신체·정신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불면증이 심하면 잠에서 깬 직후에도 졸리거나 머리가 멍한 상태가 이어지는 ‘수면관성(sleep inertia)’이 따라와 악순환이 생기기도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세종충남대병원 신경과 김재림 교수)은 한국 성인 2355명을 대상으로 아침 수면관성의 지속시간과 관련 요인을 분석한 결과, 불안 증상이 수면관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보였으며, 수면시간, 생체리듬, 불면증, 주간졸림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기초대사량’이 낮을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불면증 환자에서는 기초대사량이 수면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몸의 에너지 상태’가 수면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숨을 쉬고 심장이 뛰며 체온을 유지하는 등 기본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열량이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배희원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연구팀이 성인 450명을 수면다원검사한 결과, 불면증 환자에서 기초대사량과 수면의 질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연구에 불면증 환자에서는 기초대사량이 낮을수록 총 수면시간이 짧고 더 자주 깨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기초대사량이 높은 환자일수록 수면의 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향을 보였다. 기초대사량이 증가할수록 총 수면시간과 수면효율은 증가하고, 잠들기까지의 시간과 수면 중 각성시간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수면 중에도 일정 수준의 에너지 균형이 필요하며, 기초대사량이 낮을 경우 수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데에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의 진단은 병력 청취, 수면습관 확인, 수면일지 등을 통해 이뤄진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중 이상 행동 등 다른 수면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나 심리검사를 시행해 원인을 감별하기도 한다.
치료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수면 환경을 개선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성 불면증의 1차 표준 치료로는 비약물적 치료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가 권장된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습관을 바로잡아 건강한 수면리듬을 회복하도록 돕는 포괄적인 치료법이다. 여기에는 긴장과 각성 상태를 낮추는 ‘이완요법’, 침대를 수면과 연관된 공간으로 다시 인식하도록 돕는 ‘자극조절법’ 등이 포함된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필요시 약물치료를 단기간 병행하기도 한다. 단순히 오래 자는 것보다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규칙적이고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면증을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잠들기 전에는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취침 전 카페인 섭취, 음주, 흡연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고, 스마트폰이나 TV 시청과 같은 자극적인 활동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대는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취침 직전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낮잠은 가능한 피하되 필요하다면 짧은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최윤호 교수는 “불면증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시작하더라도 반복되면 만성화되기 쉽다”며 “수면 문제가 지속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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