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두나무, 디지털자산 생태계 선점 ‘맞손’

유혜림 2026. 5. 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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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두나무 1조 투자 이유
외환銀 인수 14년만에 대규모 투자단행
외환 경쟁력·디지털자산 송금혁신 접목
네이버페이 등 실물 결제처 직결 전망
금가분리 완화 흐름의 신호탄 평가도
함영주(왼쪽)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각사 제공]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4년 만에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1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기업금융과 외환 부문 경쟁력을 강화했다면, 이번에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를 전통금융과 결합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금융과 가상자산 업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합종연횡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외환강자’ 하나銀, 블록체인 송금 혁신 속도=하나금융그룹은 15일 오전 두나무 지분에 1조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기반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펀드·연금·신탁 등 기존 자산관리 역량에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송금 시장 강자 입지를 다진 뒤 다음 행보로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택한 데에는 함영주 회장의 경영 전략도 담겨 있다. 함 회장은 “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하나금융이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함 회장은 디지털자산 업계와의 협력을 위해 주요 관계자들과 직접 회동을 챙기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환시장 강자인 하나은행은 디지털자산 기술을 활용한 송금 혁신을 주목하고 있다. 법인 간 무역송금처럼 거래 규모가 크고 속도·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수요가 먼저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기존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거치지 않고 두나무의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GIWA) 체인’을 통해 송금 정보를 블록체인 메시지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의 해외송금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올해 3분기까지 예금토큰을 활용한 차세대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자산 플랫폼 경쟁 본격화=전통 금융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결합이 단순 투자나 거래 중개를 넘어 디지털자산 종합 플랫폼 경쟁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발행·유통·보관·결제까지 연결된 생태계 구축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인 두나무 입장에서도 이번 하나금융과의 동맹은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진 않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권 중심 발행(50%+1주)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하나은행 중심 컨소시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1차 유통망 역할을 맡는 원화 거래소인 두나무에서 매매와 변환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발행과 초기 유통 단계부터 이용자를 두나무-하나은행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합병을 진행 중인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이 네이버페이라는 실물 결제처로 직결될 수 있다. 발행·유통·결제까지 이어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가능한 것이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유통·활용 채널이긴 하지만, 그간 논의 과정에서는 직접 발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었을 것”이라며 “하나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금융사·거래소 간 합종연횡 가속=업계에선 이번 동맹이 ‘금가분리(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자 투자 금지)’ 완화 흐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물론 인수합병(M&A)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금융그룹이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운영사의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에서다.

현재 미래에셋그룹도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06% 인수를 결정한 뒤 금융당국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투자나 전략적 제휴를 포함해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금융회사 과반수 컨소시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의 가상자산 사업 자체를 완전히 분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나금융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와 관련된 협업으로 보이는 만큼 금가분리를 둘러싸고 기존보다 전향적인 시장 움직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혜림·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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