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네이션 사라진 교실, 썰렁한 양재꽃시장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예전엔 문방구에서 파는 카메이션이 참 쌌는데..."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50대 남성이 일행에게 이같이 말했다. 뒤이어 방문한 70대 여성 2명도 "꽃값이 너무 비싸졌다" "꽃값만 비싼가"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로 화훼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달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에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화훼공판장이 위치한 양재꽃시장도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다.
◇ 소비 줄고, 원가 오르고… '이중압박'
이날 오후 2시쯤 분화온실동에서 만난 80대 남성 상인은 "예전엔 주차장에 차가 많아서 나가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며, "사회가 평화로워야 꽃이 팔리는데 매년 경기가 안 좋아지니 젊은 세대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 다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 상인은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농가에서 단기성 수익 상품인 카네이션 재배량을 반 정도로 줄였다"며 "재배비용은 10% 정도 올랐는데 농가 재배량도, 판매량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들도 "꽃은 비싸지고 매출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이란 전쟁 여파로 비료 가격부터 난방비, 물류비까지 전부 오르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졌다는 설명이다.
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카네이션 평균 경매 가격(양재동 화훼공판장 기준)은 9,598원으로 전년 동기(8,096원)대비 18.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꽃의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한 물주머니나 절화 포장지로 쓰이는 비닐도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이곳 지하소매상가에서 16년 동안 매장을 운영했다는 이윤진(55) 씨는 "비닐을 예약해 구매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격도 기존 12만원에서 약 2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꽃 소비가 줄어든 배경에 대해, 기념일에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곳 지하소매상가에서 10년 동안 꽃집을 운영했다는 40대 여성 상인은 "김영란법 이후로 스승의 날 문화가 바뀌어서 학교 차원에서 선물을 금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기념일에 꽃집(길거리 매장)에서 물량 수급을 위해 이쪽 소매시장에 대량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게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동아리원들과 함께 담당 선생님에게 선물할 꽃을 사러왔다는 김지우(15) 양도 "요즘에는 칠판을 이용해 감사의 말을 전하는 등 반 차원에서 스승의 날을 소소하게 챙기는 분위기"라며, "선생님들이 선물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경기에 달라진 소비문화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윤진 씨는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도매시장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소매시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화훼업계의 지속성을 위해 소매점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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