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8마리 남았던 '임금펭귄'...200마리로 늘린 칠레의 유치원 교사

김나윤 2026. 5. 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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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임금펭귄 보호구역' 만들어
포획과 학대, 포식자 위협에서 막아내
▲임금펭귄 무리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 관련없음) (출처=언스플래시)

한때 포획과 외래 포식종 위협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남미의 '임금펭귄(King penguins)'을 지켜낸 인물이 있다.

칠레에서 유치원 교사로 지냈던 세실리아 두란 가포(72)는 2010년 임금펭귄들이 해안에 정착하기 시작하자, 이 지역의 토지소유자였던 그는 이들을 보호하기로 결심하고 '임금펭귄 보호구역'을 만들었다고 14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후 이 지역의 펭귄 무리는 200마리 가까이 늘었다. 10년 넘게 매일같이 임금펭귄 서식지들 돌봤던 눈부신 결과다.

'임금펭귄'은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과 모습이 비슷해보이지만 목의 무늬, 새끼의 외형 등에서 차이가 뚜렷한 다른 종이다. 체형도 황제펭귄에 비하면 늘씬하고 울음소리도 비교적 높다.

원래 이들은 남극해 일대 섬에 주로 서식하다가, 수백 년전 아메리카대륙의 칠레 남부 티에라델푸에고의 '이누틸 만'(Inútil Bay)으로 이동해 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누틸만은 수심이 너무 얕아 '쓸모없는 만'이라는 뜻의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펭귄 등 해양동물 입장에서는 바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두란이 처음 자신의 땅에서 임금펭귄 둥지를 발견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과학자를 자처한 사람들이 찾아와 펭귄을 우리에 넣어 일본으로 데려갔다. 두란은 "과학 연구목적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대부분 동물원이나 개인 가정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뒤 펭귄들은 10년 넘게 이 해안에 오지 않다가 2010년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알을 훔치고, 펭귄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씌워 사진을 찍었다. 두란은 이를 "끔찍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결국 90마리에 달했던 펭귄은 1년만에 고작 8마리만 남았다.

이에 두란은 매일 보온병과 샌드위치를 사들고 해안 순찰을 돌았다. 하루종일 추위에 떨면서도 사람들이 펭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다. 이듬해 약 1000헥타르(㏊) 사유지 가운데 30㏊에 울타리로 둘러 보호구역으로 만들었다. 방문객은 펭귄을 볼 수 있지만, 일정거리 밖에서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간만 임금펭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었다. 20세기 티에라델푸에고에 유입된 밍크와 회색여우는 임금펭귄에게 새로운 포식자였다. 임금펭귄은 육상 포식자에 익숙하지 않은 종이다. 밍크는 성체보다 알과 새끼를 노렸다. 이에 새끼펭귄 한두 마리만 겨우 살아남는 수준이었다.

두란과 보호구역 팀은 보호구역 밖으로 포식자를 유인하는 방식을 썼다. 겨울철 성체 펭귄이 바다로 먹이를 구하러 나가고 새끼가 무방비 상태로 남는 사이에 더 철저히 움직였다. 팀원들은 지역 정육점에서 고기 자투리를 사와 밤새 2시간씩 교대하며 보호구역에서 먼 곳에 놔뒀다. 포식자가 다른 곳에서 먹이를 찾도록 유도한 것이다.

개도 동원됐다. 보호구역 주변을 개가 돌아다니며 영역 표시를 하면 여우나 밍크가 냄새를 맡고 접근을 피한다고 두란은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효과를 냈다.

수년간의 노력끝에 이곳은 이제 임금펭귄의 안정적인 번식지가 형성됐다. 보호구역이 점차 전문성을 갖춘 것도 큰 보탬이 됐다. 현재 보호구역 현장에는 생물학자, 수의사, 생태관광 전문가 등 12명이 일하고 있다. 운영비는 생태관광 관람비용으로 충당한다. 연평균 방문객은 약 1만5000명이다. 두란은 2011년부터 30㏊ 부지를 향후 100년간 보호구역으로 유지하는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는 "누가 상속받더라도 보전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구역은 연구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학들과 협력해 펭귄과 조류, 식물생태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수천㎞ 떨어진 다른 번식지의 임금펭귄들도 이 해안으로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도착한 개체들은 곧바로 현지 먹이에 적응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이례적인 먹이활동 유연성'으로 보고 있다.

남극연구재단 과학책임자인 클레멘스 퓌츠 박사는 "보호구역이 있었기 때문에 펭귄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무리를 이루고 번식지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금펭귄의 이런 적응력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충격 속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두란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새끼 생존율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새끼 23마리가 살아남았다. 기록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한때 8마리까지 줄었던 왕펭귄 무리가 200마리 가까이 늘어난 배경에는, 매일 해변을 지키던 한 교사의 긴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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