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타깃될까 연차” “최대노조 교섭 중단해야”…파업 앞두고 내부 분위기 ‘흉흉’ [삼성전자 파업 D-6]

서경원 2026. 5.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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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장, 최근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 가져
“회사 어렵지만 각 사업부 경영활동 잘해야”
DX 노조원들 가처분신청 추진
회사 내부 곳곳 조직화합 저해 목소리도
산업 특성상 파업 전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서경원·박지영·배문숙 기자] 정부와 삼성전자 사측의 추가 대화 제안에 대해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측의 입장 변화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엿새 앞으로 다가온 총파업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반도체 연구직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요즘 분위기를 보면 마치 회사가 망한 것 같다”고 밝힐 정도로 내부 분위기는 흉흉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강 잡기에 나섰다. 더불어 노조의 총파업 예고 등으로 대내외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에 임원들에게 흔들림 없는 경영 활동도 당부했다. 파업과 경쟁사 추격 등 안팎의 위기 요인이 산적한 만큼 조직의 동요를 막고 반도체 경쟁력 훼손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원=임세준 기자

▶“성과 안주 안돼…항상 乙의 자세 가져야”=15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메모리 호황기에 취하지 말고 사업 전반의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회사의 뚜렷한 실적 회복세 이면에는 업황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냉정한 진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영업이익(57조2328억원)의 94%를 책임졌다. 불과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8배 이상 수직으로 상승한 데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범용 D램·낸드 제품의 가격 상승 및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한해 반도체 효과로 ‘영업이익 3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전 부회장은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안주하지 말고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강도 높은 쇄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초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아울러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에 고객과 신뢰 관계를 강조하며 “항상 ‘을(乙)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또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한편, 호황에도 품질은 타협해서 안 된다고도 역설했다.

전 부회장은 회사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임원들이 앞장서서 본연의 경영 활동을 유지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전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경영활동은 유지돼야 하며 각 사업부가 경영 활동만큼은 공히 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의 이 같은 주문은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나와 이목이 쏠린다.

▶“최대노조 교섭 중단해야” 노노간 법적분쟁 비화 조짐=또 삼성전자 DS(반도체)와 DX(완제품) 부문 간 입장차에 따른 노조 내부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노사 협상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DX 소속 조합원들이 현재 교섭권을 가진 DS 중심 최대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로서 사측과 교섭 중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소송비를 모금 중으로, 조만간 법무법인을 선정해 구체적인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파업이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주말도 있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DX 조합원을 중심으로 수백명이 이 같은 움직임을 지지하면서 소송비도 상당액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쟁의 기간 초기업노조 조합비가 5만원으로 인상되는 데 불만을 표시하며 조합을 탈퇴하고, 대신 그 5만원을 소송비로 내겠다고 밝혔다. DS 조합원들이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을 넣고 있는 데 반발해, DX 조합원들은 ‘DS 파업반대’를 프로필에 넣자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초기업노조가 DS 부문의 성과급 투쟁에만 집중하면서 DX 부문의 요구는 외면한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가처분 신청의 골자도 초기업노조가 DS를 아우르지 못해 전체 조합원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가처분 신청이 실제로 제기된다면 노조로서는 현재 사측이 제기한 불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파업 전 2개의 법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은 반도체 안전 보호시설의 정상적 유지 및 웨이퍼 변질 방지,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방지 등을 위해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수원지방법원은 파업 개시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파업 불참 직원들 노조 눈치에 연차=파업을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조직 화합을 저해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인원도 노조의 타깃이 될까하는 염려로 파업이 시작되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연차를 신청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업무 협조 메일이 와도 회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회의 때도 대충 하자는 등의 태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지어 DS부문의 시스템 LSI 사업부의 경우 시범 칩(테스트용 칩) 제작시 메모리 사업부와 협업을 해야 하는데, 시범 칩을 들고 가면 메모리 사업부에서 의뢰하려는 팀 중 몇 명이 노조에 가입이 돼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가입 인원이 많은 팀 순으로 협조를 해준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여기에 ‘야근도 눈치 보면서 해야 된다’, ‘SK하이닉스 채용 공고 뜨면 부서원 중 50%가 쓴다’, ‘관리자 또는 임원 앞에서 대 놓고 회사 욕 한다’ 등의 말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조 추산으로도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 규모는 20조∼30조원에 이른다.

파업 장기화 시 기존 고객사 이탈은 물론 기술 경쟁력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들도 삼성에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공급 차질 여부를 직접 문의하고, 매주 상황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등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파업시 긴급조정권 발동 불가피”=이런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시 최대 100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노사 양측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의 긴급명령은 파업 시작 후 발동했으나 반도체는 업의 특성상 파업 전 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등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삼성전자 노사의 타협을 간곡히 촉구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모든 쟁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 장관은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460여만 주주를 비롯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을 통해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고 썼다.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한국의 독보적인 성장동력이자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이라고 평가하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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