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백상] 재투표 거듭한 뮤지컬 부문…역사적 첫 수상자, 어떻게 선정됐나

지난 8일 개최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에서는 뮤지컬 부문의 첫 수상자(작)가 탄생했다. 백상예술대상은 한국 뮤지컬 6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 뮤지컬 부문 신설을 확정한 뒤, 뮤지컬 업계 전문가들과 시상 부문과 시상 기준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총 3개의 뮤지컬 상을 만들었다. 작품상은 창작 및 라이선스 뮤지컬(Non-replica) 중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뮤지컬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한 작품, 창작상은 뮤지컬 창작자 전반을 대상으로 수상자(작)를 선정했다. 창작 및 라이선스 뮤지컬 출연자 중 가장 뛰어난 연기로 활약한 배우에게 주는 연기상은 긴 논의 끝에 남녀 통합상으로 정했다. 작품의 흥행과 제작 여부가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주연 배우 캐스팅에 있는 다소 제한적인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연기상은 남녀 통합상으로 첫 스타트를 끊고, 추후 꾸준히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단계적으로 보완해나가기로 했다. 심사는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국내에서 개막하고 심사 기간 내 7회 이상 공연된 뮤지컬을 대상으로 했다.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의 추천으로 위촉된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심사위원장)·김성수 음악감독·박병성 뮤지컬 칼럼니스트·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한진섭 연출가 등 5인의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 끝에 수상자(작)를 선정했다. 백상 뮤지컬의 첫 이정표를 세우는 자리인 만큼 후보 면면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야기를 내놓았다. 공연 중인 작품 가운데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엔 공연을 재관람한 뒤 온라인으로 추가 심사를 진행할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한국 뮤지컬이 거둔 성취…작품상
뮤지컬 작품상은 마라톤 심사를 하며 심사숙고해서 뽑았다. 셀 수 없는 논의와 재투표가 이뤄졌다. 다른 부문은 의견이 달라도, 최종 투표 결과에 동의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작품상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뮤지컬 첫 작품상이라는 무게감과 상징성에 방점이 찍힌 이유도 있었다.


이종규 심사위원은 "'몽유도원'은 굉장히 오래된 텍스트를 보여주며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음악과 영상 등에서 가장 한국적 요소를 결합시켰다. 상당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본다"며 "'몽유도원'을 보는 내내 아득한 꿈 속을 거니는 듯, 음악과 영상에 젖어 '결핍과 사랑, 집착과 파괴'라는 이야기의 소용돌이까지 뛰어들게 된다. '몽유도원'이 많은 성취를 이뤘다고 본다"며 의견을 냈다.
고희경 심사위원장은 "한국적인 것을 무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대극장 무대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가 연결되고 한국적인 것이 힙하게 된 세상에서는 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느낌이다"면서 "'몽유도원'은 묵직한 과제를 거부하지 않고 담담하게 밀고 가는 뮤지컬 본래의 힘이 작품 중심에 있다. 대중의 정서를 흔드는 압도적인 넘버와 세밀하게 계산된 아름다운 무대 장치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뮤지컬 미학을 완성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과 현대 뮤지컬의 넘버, 수묵화의 여백의 미와 스펙터클한 무대의 조화는 우리 소리에 능한 배우와 뮤지컬 전문 배우 사이의 하모니와 함께 새로운 뮤지컬 영역을 개척했다. 미련할 만큼 우리 이야기와 소리에 천착하고 설화 속 원초적인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가 가진 무게를 거부하지 않으며 '지금 여기' 다양한 세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고 심사평을 내놓았다.
한진섭 심사위원은 "'몽유도원'은 한국 전통 음악과 클래식 록 발라드를 융합한 서정적이면서도 서사적인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통의 몸짓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무는 단순한 장면 설명을 넘어 극의 본질을 관통하며, 무대 장치와 영상, 조명이 어우러진 미장센은 한국적 소재뿐만이 아닌 한국적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진정한 도원을 추구하는 동시대적 이상향을 관객과 함께 공감하는 내용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새로운 한국적 뮤지컬의 기준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긴긴밤'을 향한 지지도 뜨거웠다. 박병성 심사위원은 “원작 동화가 가진 훌륭한 서사와 감동적 스토리를 뮤지컬적으로 잘 소화했다. 소극장 뮤지컬의 경우 소재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었는데, '긴긴밤'은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관객층을 유입시켰다는 점에서 뮤지컬 시장 내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김성수 심사위원은 "'긴긴밤'은 한 작품으로서의 종결성을 가지고 있다. 이걸로 마침표를 찍어도 좋을 작품"이라며 "음악이 전면으로 과잉 개입하지 않아 오히려 감정의 흐름과 장면의 밀도를 정교하게 지탱하고 있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또한 이 작품은 서사의 진행과 정서의 축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장면 간 호흡과 리듬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감정의 고조와 이완이 과장되지 않게 설계돼 있어, 관객에게 지속적인 몰입을 제공하는 점 역시 중요한 강점으로 봤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연출 기조 안에서 의미와 여백을 균형 있게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쉽게 수상을 놓친 '라이카', '적토_고삐와 안장의 역사', '한복 입은 남자'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심사위원들은 "'적토_고삐와 안장의 역사'는 아주 신선하고 에너지가 느껴진다. 스테디셀러가 될 작품이다. 쉽지 않은 소재로 만든 '라이카'는 음악이 무척 돋보였다. '한복 입은 남자'는 산업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압도적 창의성…창작상

심사 과정에서는 함께 후보에 오른 '매드해터'의 오루피나 연출, '몽유도원' 오상준 작곡가, '라이카' 이선영 작곡가, '적토_고삐와 안장의 역사'의 한아름 작가를 향한 극찬도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오루피나 연출의 '매드해터'는 확실히 연출로 작품이 풍부해졌다. 오상준 작곡가는 대극장 작품인 '몽유도원'에 잘 맞는 음악을 선보였다. '라이카'의 이선영 작곡가는 세련된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아름 작가가 써내려 간 기발한 서사는 매력적이었고, 깨달음과 성장을 주는 마무리가 의미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기상은 어떤 후보가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만큼 쟁쟁한 후보들의 경합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할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연기상 부문에서 어떤 점을 우선순위에 둬야하는지 등 심사 기준에 대해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뮤지컬 부문 첫 연기상 트로피는 최종 심사에서 3표를 받은 '비틀쥬스' 김준수에게 쥐어졌다. 심사위원들은 "김준수의 '비틀쥬스'라고 말할 정도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극장에서 자기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로 보여주는 배우가 얼마나 되나'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할 춤, 노래, 연기 모두 잘해내는 배우다. 관객과 함께 하나가 돼서 즐겁게 뛰어노는 김준수를 보면 관객도 함께 무장해제된다"고 전했다.
아쉽게 수상을 놓친 후보들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레드북'의 민경아에 대해서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극을 이끌며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고 평했고, '한복 입은 남자'의 박은태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탁월하다"는 평이 나왔다. 또한 '에비타'의 유리아에게는 "그간 만나본 에비타 가운데 단연 최고의 에비타"라는 극찬이, '물랑루즈!' 홍광호에게는 "관객을 집중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배우"라는 지지가 쏟아졌다.
뮤지컬 부문 심사위원들은 "K-뮤지컬의 질적 도약을 확인시켜 준 수작들이 대거 등장해 수상자(작)를 가려내기 위한 심사 과정 역시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라며 “백상예술대상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뮤지컬 부문이 첫 수상자를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시대의 흐름과 작품의 가치를 모두 증명해낸, 상의 무게를 견딜 만한 주인공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총평을 전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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